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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끝나지 않는 ‘라돈 포비아’ /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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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9-16 19:33:3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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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침대에서 라돈의 농도가 높게 측정되는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의 라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특정 회사에서 제작한 침대뿐만 아니라, 일부 온수매트, 미용 마스크, 건축자재 등에서도 라돈이 방출된다는 것이 확인되자 일상 환경에서 나도 모르게 높은 농도의 라돈에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른바 ‘라돈 포비아’가 시작되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관한 이론 중 호메시스 이론(hormesis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호메시스 이론은 우리가 약간의 방사선, 즉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 또는 가설일 뿐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되지는 않았다.

사실 라돈 침대 사태는 라돈 노출이 건강에 이로울 테니 침대 매트리스에 라돈이 방출되도록 해서 빚어진 게 아니다. 음이온이 인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 탓에 음이온을 생성할 수 있는 모나자이트라는 물질을 침대 매트리스에 첨가하였으며, 이렇게 첨가된 모나자이트에 의해 의도하지 않았던 라돈이 방출되었다. 음이온 노출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이른바 유사과학에 불과하다. 라돈 침대 사태는 이러한 유사과학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어 대중에 피해를 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다.

라돈은 우라늄과 토륨이라는 방사성 물질의 붕괴를 통해 생성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우라늄과 토륨은 토양, 바위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라돈 역시 지구 어디에나 있는 천연 방사성핵종에 해당한다. 이러한 라돈에 의한 방사선 노출량은 전체 자연방사선 노출량의 절반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돈 노출에 의한 인체 영향은 라돈이라는 존재를 인류가 발견하기 전부터 문헌으로 기록되어 있다. 16세기 유럽의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현상을 보고 스위스의 과학자 파라셀 수스가 그 원인 모를 폐질환을 광산병으로 불렀다. 광산병은 1879년 하르팅 등에 의해 폐암이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20세기 들어 라돈의 존재가 알려짐과 함께 라돈의 노출에 의해 광산병으로 칭했던 폐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1988년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발암물질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방사선영향클리닉’에서 진료를 하는데, 라돈 사태로 인해 방사선영향클리닉에 방문하는 이가 많았다. 방사선영향클리닉에 방문한 이 가운데 라돈 침대를 장기간 사용하여 폐암이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에 밤새 잠을 청하지 못하고 담배만 피웠다는 이가 있었다. 그에게 흡연이 폐암 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다음이 라돈 노출(3~14%)이라는 설명과 함께 금연을 권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라돈 노출로 인해 폐암 외에 다른 질병이 생길 수 있을까? 라돈 사태와 관련된 언론 보도 중에는 라돈 노출이 백혈병 피부암 갑상선암 유방암 뇌종양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두 개의 지엽적인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한 주장이다.

라돈 사태를 빌미로 특정 음식 약물 등이 라돈에 노출된 우리 몸을 해독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일반인에게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고, ‘라돈 포비아’에 편승해 상업적 목적의 허위, 과장 광고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대중매체와 전문가들은 한두 개의 지엽적 근거로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경제적 의도를 배제하고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대중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라돈을 방출하는 원인 물질이 우리가 늘 사용하는 제품에 무분별하게 함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원인 물질이 어떤 제품에 함유되었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부디 ‘라돈 포비아’라는 사회적 이슈가 조속히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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