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객(煙客) 허필(1709~1768)은 조선 후기 예원의 총수라 불렸던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과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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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필 작 ‘묘길상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둘은 성격도 유별나 허필은 평소 담배를 너무 좋아하여 ‘연객(煙客)’이라 스스로 호를 지었고, 강세황 또한 조선에는 없는 용맹한 짐승인 표범을 붙여 ‘표암(豹菴)’이라는 호를 썼다. 세상 사람들은 강세황의 얼굴이 ‘원숭이’를 닮았다고 하였으나, 스스로는 ‘표범’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늘 함께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다. 두 사람 모두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이라 할 만큼 글과 그림에 능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그림에 화제를 짓거나 평을 쓰며 뜻을 같이하였다. 허필은 강세황의 그림에 대해 “내 평이 없는 것은 점잖은 선비가 갓을 쓰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친분을 드러냈으며, 강세황도 허필에 대해 “연객은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말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허필은 과거에 합격하였으나 집안이 이인좌의 난에 연루되어 벼슬길이 막혀 가난 속에서 평생 여행을 즐기며 시·서·화에 몰두하였다. 또한 가난에도 서화골동(書畵骨董)을 좋아하여 옛 기물이나 좋은 서화를 보면 얻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허필의 그림 중에서 가장 독특한 작품 중의 하나가 금강산에 있는 석불을 그린 ‘묘길상도(妙吉祥圖)’이다. 이 작품은 허필 나이 51세 때인 1759년에 그린 것으로, 15년 전 1744년에 다녀온 금강산 유람의 기억을 되살려 기록한 것이다.
이 작품은 실제 풍경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석불을 살아 있는 나한의 모습으로 의인화한 특이한 작품이다. 실제로는 앉아 있는 ‘묘길상’을 세우고 승복까지 입혔다. 필선에 의한 형태 묘사보다는 주관적인 심리 표현에 중점을 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거칠고 힘 있는 필선과 짧고 부드러운 필선을 조화롭게 사용하였고, 담채를 사용하여 온화한 분위기를 살렸다. 이 작품을 보면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실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재창조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