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초등학생을 비롯하여 국민이라면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관련하여 생겨난 신조어의 하나로 ‘스몸비(smombie)’가 있다. 혹자는 이 말이 무엇인지 전혀 모를 수도 있으나 아무튼 대단히 걱정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분명한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스몸비’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만 시선이 집중된 상태로 주위의 모든 것은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좀비처럼 아주 위험하게 도로를 걷는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2015년 독일에서 제일 먼저 사용하여 그 심각성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동통신이 없던 시절에는 집이나 사무실 전화가 전부였고 엄청나게 비쌌던 카폰은 특수계층의 전유물로 잠시 존재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만 무선호출기가 있어 필요한 경우 호출신호를 보내 전화통화를 유도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첨단 스마트폰을 거의 다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가졌다는 것은 고성능 휴대전화 말고도 고성능 카메라와 컴퓨터, 메모장, 게임기를 동시에 가졌으며 개인비서를 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문자 카카오톡 밴드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세상과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음은 물론 생활의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와 다양한 앱 기능을 활용한 물품선택 및 구매, 대금결제, 금융거래까지 척척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거의 만능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아무리 첨단 기능을 지니고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문명의 이기라 하더라도 안전을 해치거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도 거리를 다녀보면 횡단보도를 지날 때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에만 열중하여 전방이나 주위는 아예 살피지도 않고 걷는 젊은 사람을 수없이 볼 수 있다. 한술 더 떠서 각종 이면도로에서 엄연히 안전한 인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인 채 차도를 정신없이 걷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지극히 위험하고 불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보도의 턱에 걸려 넘어지거나, 도로의 높낮이가 다른 곳을 헛디뎌 몸의 균형을 잃거나, 가로수와 부딪히거나, 최악의 경우 앞뒤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에 받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목숨을 내걸고 집중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기껏해야 게임을 하거나 문자나 카카오 톡을 주고받거나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급할 것도 아니고 당장 꼭 해야 될 일도 아닌 너무나도 사소한 일에 몰두하여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는 나이든 사람들이 걱정스러움에 혀를 차면서도 직접 간섭하거나 충고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에게 위험하니까 차도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앞을 잘 보고 걸어야 하고 안전한 곳에 가서 그 볼일을 보는 것이 어떠냐고 충고하더라도 이어폰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어 어지간한 소리는 아예 듣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깨라도 툭 치고 충고하면 대다수가 눈길이 곱지 못하고,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당신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 것이고 비록 목숨을 잃지 않는다 해도 위험한 요소는 사전에 막거나 없애야 한다. 중국에서는 젊은 아가씨가 스마트폰에 열중하여 계속 걷다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죽었다는 뉴스가 전해졌고,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에 빠져 무방비로 걷는 사람이 얄밉다고 사람들이 일부러 다가가 부딪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특별시와 서울 경찰청에서는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청 앞, 신촌, 홍대 앞, 강남역, 잠실역의 길바닥에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보면 대단히 위험하다’는 그림과 글자로 된 경고표지를 설치했다. 미국의 경우도 보행자 사고의 10% 이상이 스마트폰에 몰입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콩의 도로에는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지 마세요’라는 경고 표지가 설치되어 있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중국의 충칭에서는 안전을 위해 아예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도로를 설치하기도 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모든 보행자에게 ‘스몸비를 조심하라’는 경고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계도와 경고를 아무리 많이 해도 오히려 스몸비 현상이 더욱 확산되자 중국과 미국에서는 도로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에는 범칙금을 물리자는 의견이 검토되고 있다. 사회의 안녕과 사고의 예방을 위해 스몸비에 대하여 범칙금을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하지만 스몸비라는 행동에 대하여 처벌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스마트폰 사용자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물론 사회규범과 안녕, 질서에 대한 각 개인의 자각이 절실한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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