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일간지에 청소년들의 두발 자유화를 주제로 한 시사만평이 실렸다. 남녀 중고등학생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우리에게 두발의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그림이었는데, 구호를 열창하는 학생들의 머리가 모두 똑같은 모양의 샤기컷이었다. 샤기컷은 영화배우 이준기 하면 떠오르는, 층을 많이 낸 헤어스타일로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대유행이었다. 개성을 추구하지만 개성이 없는 10대의 절묘한 심리상태를 잘 포착했다는 평을 받았다.
1970년을 전후로 태어난 지금의 40대 중·후반은 거의 유일하게 교복을 입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대라 할 수 있다. 전두환 정권이던 1982년과 1983년 머리와 교복 자율화가 차례로 시행됐다가 1986년부터 교복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딱 이 시기에 학교를 다닌 탓이다. 교복 자율화 세대라 해서 복장과 외모 규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심했다. 염색이나 파마는 당연히 금지였다. 여중 여고에선 치마만 허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느라 고민하고 은근히 비교되는 상황이 피곤하다며 “차라리 교복을 입혀달라”는 요구가 매주 학생회의 단골 메뉴로 올랐다. 교복 자율화 여학교에서의 최첨단 패션은 치마 밑에 체육복 바지를 받쳐 입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이 엽기적(?) 복장에 질색했지만.
경남도교육청이 생활복형 교복 디자인 공모전을 오는 5일부터 진행한다. 기존 제복형에서 벗어나 기능성과 활동성을 두루 갖춘 디자인을 찾는다는 취지다. 긴 바지나 치마에 셔츠나 재킷을 입는 대신 반바지에 후드티나 티셔츠를 걸치는 생활복형 교복은 이미 여러 학교에서 도입했다. 이런 옷을 광주시교육청은 ‘생활 교복’, 전남도교육청은 ‘편한 교복’으로 칭한다.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에선 ‘편한 교복’ 전면 도입을 교육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부산에서도 두송중 장림여중 등 상당수 학교에서 여름철엔 딱딱한 교복 대신 생활복을 입는다.
멀쩡한 남성이라도 예비군복만 입혀놓으면 몸가짐이 흐트러지곤 한다. 옷은 그런 면이 있다. 획일화된 교복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교육자 중심의 편의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 교육을 강요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규율과 소속감을 표시하는 제복이 절제와 책임감을 기르게 한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은 ‘이것이 표준이다’하고 제시하는 순간 아이들은 거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름을 갖다붙여도 교복은 교복이기 때문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