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진정한 극일(克日)이란? /남종석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2 20:11:11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본은 지난달 28일 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앞서 같은 달 24일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했다. 한일 갈등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여당의 지도부는 ‘의병’ ‘죽창’을 언급하며 항일 이미지를 동원했으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은 친일과 반일, 애국과 매국으로 편 가르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아베와 일본 우익이 치졸한 무역보복 조치를 한 것은 한일 관계에서 어떤 변곡점을 그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대응이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전략적 목표, 국격에 맞는지 의문이다.

세계 경제학계에서 한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중 가장 모범적인 경제성장 사례로 통한다. 국가의 경제계획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 기업가의 모험적인 투자,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축, 엔지니어의 탁월한 역량, 높은 교육열 등이 잘 조화를 이룬 과정이었다. 더불어 미국의 자국 시장 개방을 통한 한국 상품 수입과 안보비용 부담, 일본이 제공한 식민지배의 보상금과 기술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는 동아시아의 공산화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과 맞물려 있었다. 일본이 제공한 총 8억 달러(무상원조 3억 달러, 유상원조 2억 달러, 민간 상업차관 3억 달러)는 1차 경제개발계획을 위해 필요한 4억2600만 달러의 배에 가까웠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필요자금 중 채 30%도 확보하지 못했다. 독립축하금 명목의 이 자금이, 식민지 시대 징용 노동자들을 위한 배상이 아니라 경제발전에 쓰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가 이를 국가 발전을 위해 쓴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와 기업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을 눈부시게 추격했다. 이제 한국의 주력 제조업인 전자, 선박 건조,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은 일본을 앞서거나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정밀기계나 화학소재 분야에서도 기술적 격차를 꾸준히 줄여왔다. 한국은 세계 일곱 번째로 인구 5000만 이상, 1인당 GDP 3만 달러에 진입한 국가이다. 심지어 2019년 IMF 경제전망보고서는 2023년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소재나 공작기계를 수입한다. 반도체 소재 중 일부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지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자동화된 생산설비에 대한 일본 의존도 역시 매우 높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분인 공장자동화 기계의 주요 소재도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일본의 우월성을 나타내는가? 그렇지 않다. 오늘날 세계 무역은 선진국끼리 경쟁한다. 일본이 한국에 지능형 로봇을 수출하면, 한국은 반도체나 자동차 부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식이다. 같은 산업의 제품들 간에도 상호 수출하며 경쟁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도 혜택을 보고 일본도 혜택을 본다.

친일파, 매국노가 아니라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종잣돈의 역할이나 일본으로부터 지원받은 기술적 자원들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오면서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한 국가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경쟁우위를 지닌 국가도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이 경쟁력을 지닌 분야에 부분적으로 의존하면서 한국은 더 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진정한 극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본을 더는 지배-피지배 관계로 의식하지 않고 한국이 가야 할 길을 가는 데 있다. 그 와중에 필요하면 일본과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이 잘 활용할 국가이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여당이 일본의 도발에 대해 “이번에는 결코 지지 않는다”고 한 것은 일본을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는 증표다. 이는 한국이 아직 일본의 지배를 받을 수 있는 하위 국가라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필자가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극일 민족주의를 동원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유다. 우리의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지역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 한때 폐쇄
  2. 2줄잇는 감시망 밖 환자…문 대통령 “학교·병원·요양원 방역 강화해야”
  3. 3신천지교회서 무더기 감염…31번 환자 ‘슈퍼 전파자’ 되나
  4. 4근교산&그너머 <1164> 충북 영동 각호산~민주지산
  5. 5섬 한가운데 ‘정글돔’…겨울 속 열대우림 후끈
  6. 6[서상균 그림창] 동선
  7. 7싱싱한 생선 없으면 그냥 문닫아…‘4분+2분’ 굽기가 비결
  8. 8여당, 부산 단수공천 4인 모두 부산대 출신…우연일까 의도일까
  9. 9이언주 전략공천설 논란 확산 곽규택 “정정당당히 승부하자”
  10. 10‘탄생 250주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도전
  1. 1 이명박 전 대통령 다시 수감…보석 취소
  2. 2미래통합당, 하지원 대표 영입 두 시간 만에 취소..."과거 돈봉투 유죄 전력"
  3. 3미래통합당 이진복의원 총선 불출마 선언
  4. 4 이명박 전 대통령…항소심서 ‘징역 17년’ 선고
  5. 5민주당, 부산 동래에 박성현, 수영에 강윤경 단수공천 결정
  6. 6靑, "코로나19 관련 경제계 건의 전폭 수용"
  7. 7文 대통령, 靑 대변인에게 "이 분 좀 대변해달라..."
  8. 8심재철 "문 정권 3년은 재앙의 시대, 핑크혁명으로 재앙 종식"
  9. 9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 “항소심 판단 수긍 못 해…상고 권할 것”
  10. 10돈 가방 주인 찾아준 환경관리원 ‘강추위 녹이는 훈훈함’
  1. 1코로나 대응 위해 지자체 재원 투입…1000억 추가 집행
  2. 2제451회 연금 복권
  3. 3주가지수- 2020년 2월 19일
  4. 4 NH농협은행 화훼농가 돕기 이벤트 外
  5. 5금융·증시 동향
  6. 6
  7. 7
  8. 8
  9. 9
  10. 10
  1. 1해운대백병원 방문 코로나19 의심환자 음성판정
  2. 2서울 성동구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발생… 감염경로 알 수 없어(종합)
  3. 3 부산 해운대백병원 응급실도 폐쇄 … 40대 환자 코로나 19 역학조사
  4. 4코로나 31번째 확진자 부산 동구 방문 소문 “사실 아니야”
  5. 5부산 개금 백병원 응급실도 폐쇄 “확진 대응 아닌 선제적 조치”
  6. 6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도 폐쇄…신원 미상 중국인 심정지 상태로 이송
  7. 7 ‘코로나19’ 국내 환자 4명 오늘 추가 격리해제
  8. 8‘코로나19’ 경북 확진 환자 3명…모두 영천 거주
  9. 9 대구서 코로나 19 환자 또 나왔다 … 영남대병원 응급실 다시 폐쇄
  10. 10‘코로나 19 검사 中’ 부산 해운대백병원 응급실 폐쇄 … 선별 진료소 거치지 않은 40대 여성
  1. 1기성용, 스페인 2부 리그 우에스카行 확정
  2. 2리버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챔스 16강 1차전 선발 라인업 공개
  3. 3도르트문트 VS 파리, 챔스 16강전 선발 라인업 공개
  4. 4발렌시아, 이탈란타 원정 소집 명단에서 이강인 제외···'훈련 도중 통증 호소'
  5. 5‘1등 부담컸나’ 부산 강영서 알파인스키 회전 은메달
  6. 6AT 마드리드, 리버풀 격침
  7. 7손흥민 팔 골절상에 모리뉴 ‘시즌아웃’ 언급
  8. 8NFL 구영회, 방출 아픔 딛고 소속팀 재계약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기자수첩 [전체보기]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해운대암소갈비
감천할매들의 예술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대구·경북 무더기 확진, 코로나19 장기전 대비해야
갈수록 팍팍해지는 지역 자영업자 회생 방안은 없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