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입장 되어 봐. 그런 말이 나오나. 소통과 이해는 상대 신발에 내 발을 넣어보는 역지사지에서 출발한다. 역지사지는 나의 관점을 잠시 내려두고 상대의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것. 그러자면 상상으로라도 상대가 되어보아야 한다.
복숭아뼈 골절로 발에 깁스를 한 일시적 보행 장애인이 되었다. 길이 너무 불친절해요. 도우미가 혼잣말을 한다. 도우미가 미는 수동휠체어에 앉아 병원에서 100m 떨어진 약속 장소로 이동 중이다. 6차로 대로 옆 보도블록이 깔린 인도. 두 발로 걸어서 5분 거리다. 손을 놓게 하고 직접 휠체어를 굴려본다. 병원에서 앞으로 뒤로 잘도 전진 후진하던 휠체어가 말을 듣지 않는다. 한 바퀴를 굴리는데도 팔이 빠질 것 같다. 혼자 휠체어를 굴려간다면, 해 지기 전에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 택시를 탈 걸 그랬지요. 미안해서 어쩌나.
문제는 요철이 심한 인도다. 차가 다니는 길은 매끈한데 사람이 다니는 길은 왜 이렇게 울퉁불퉁한지. 걷기에도 불친절한 길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다. 현재 인도의 자전거 표시된 구간을 자전거 휠체어 겸용 길로 지정하고 포장을 새로 하면 어떨까. 자전거와 휠체어가 만나면 자전거가 양보하면 된다. 먼저 인도의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땅을 꼼꼼하게 다져서 평탄하게 만든다. 우레탄이나 아스팔트 혹은 타일처럼 색과 무늬를 세련되게 디자인한 작은 보도블록을 촘촘하게 깐다. 그 결과 휠체어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아름답고 특색 있는 길이 생긴다. 도시 미관을 드높이는 동시에 구민 친화적 장애인 배려 사업이 완수된다. 보행자 역시 평탄해진 인도를 걷게 되니 금상첨화.
시범적으로 병원 밀집 지역에서 시행하고. 연차적으로 늘려나가면 된다. 중앙대로 금정경찰서 옆 화창한외과에서 메드윌병원 사이를 눈여겨본다. 정형외과(단골 보문 부산마이크로 지온), 화상전문병원(화창한), 재활전문병원(메드윌), 요양병원(행림 보람), 내과(남산), 안과(밝은홍 ), 피부과(디킴스 엘), 이비인후과(금정), 통증클리닉(참), 한의원, 치과(두실부부 수 유청 정인 본 청아 패밀리), 건축 중인 메디컬 빌딩, 카카오맵으로 측정한 거리는 약 1180m. 1㎞ 남짓 6차로 대로변 인도를 따라 대충 짚어보아도 20개 넘는 병·의원이 있다.
장애인 친화적 휠체어 길 확보를 위한 인도 부분 재포장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이 사업은 도시재생 사업, 보행 장애인 배려 사업, 본격적 노령화 사회 대비 사업이다. 금정구는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는 상급 의료서비스 소외지역이다. 부도 이후 거취가 불분명한 침례병원은 언제 다시 의료서비스를 시작할지 기약이 없다. 이 시점에 인도가 재포장된 거리가 생긴다면 병·의원특화거리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햇볕과 바람과 하늘과 땅을 누릴 권리는 천부인권이다. 중환자나 전염병 환자가 아니라면 입원환자라도 굳이 외부로부터 격리되다시피 수용되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에게 보장되는 매일의 산책이 환자라고 해서, 불편한 인도 사정 때문에 사람에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날의 링거 맞는 시간이 끝나면 희망하는 환자는 일정 시간 햇볕을 쬐고 바깥바람을 쐬는 산책을 환자의 권리로 보장받아야 한다.
휠체어를 밀고 오갈 수 있을 만큼 매끈하고 평평하게 인도가 포장되면, 요양병원이나 재활병원 그리고 정형외과 문병객들은 잠시 햇볕 아래 가족과 지인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유쾌한 문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 또한 스스로 바퀴의자를 굴려 햇볕 아래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유모차 같은 노인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노인도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골절환자가 되고 보니 다치지 않았을 때 못 본 것이 보인다. 퇴원하고 목발을 짚고 걸으며 사람을 더 배려하는 길의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자전거를 탈 만큼 회복되어도 이 생각은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더 친절한 길을 허하라! 몸의 보행기능이 저하되는 노인이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다, 모든 사람은 죽는 날까지 일상적 삶의 거리에서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