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길에 대한 통찰을 묻다 /박창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6 19:45:3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길이 산을 만나면 고개요, 물을 만나면 나루다. 크고 작은 길들은 끊임없이 이어져 산과 물을 연결하고 인간의 삶을 이어준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의 길에 대한 통찰이다. 교통 발달로 고개 아래엔 터널이 뚫리고, 옛 나루터엔 어김없이 다리(bridge)가 놓였다. 터널과 다리는 문명의 훌륭한 이기(利器)지만, 자연생태계에 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뚫려야 할 곳, 놓여야 할 곳을 분별하는 힘, 그것이 문명이라고 고산자는 가르친다. 삶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인간의 이로움만 볼 게 아니라 자연환경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낙동강 하구에 지금 첨예한 환경 이슈가 제기돼 있다. 대저대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다. 대저대교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강서구 식만동을 잇는 길이 8.2㎞의 왕복 4차로 낙동강 횡단 교량이다. 총공사비가 4000억 원, 오는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시행사인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를 끝내고 막바지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대저대교가 관통하는 지역이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으로, 큰고니 등 희귀 철새들의 핵심 서식처란 점이다. 환경단체들은 대저대교의 환경영향평가부터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도 않은 공동조사를 한 것처럼 왜곡 날조하고, 멸종위기종의 분포 위치조차 파악 못 한 상태에서 작성된 부실 보고서라는 것이다. 환경단체 연대체인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오거돈 부산시장과 환경평가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고 농성에 돌입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문제를 올렸다. 청원자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난개발 수단이 된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정부를 향해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 등 평가제도 혁신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더 큰 문제는 낙동강 하구에 대형 토목공사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사실이다. 대저대교를 시발로 엄궁·사상대교 건설, 내수면 마리나 사업 등이 계획되어 있다. 서부산 개발을 염두에 두고 1990~2000년대 초 세운 사업들이다. 부산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20여 년 전에 세운 계획들이 여전히 유효하고 타당한지, 문화재 보호구역을 풀 정도로 시급한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낙동강 하구는 생태관광 명소로 거듭난 순천만보다 더 스펙터클한 생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시의 관점은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촛불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생태자원의 가치를 외면한 채 단위 토목사업에 매몰된 모습은 안쓰럽다 못해 짜증이 난다.

대저대교는 국내 최초로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는 복층 교량이다. 일반적인 교량처럼 차도 옆에 보도가 설치되지 않고 차도 아래 트러스 구조 내에 전용 보도가 설치된다. 사람을 생각한 진일보한 교량 구조물임은 틀림없다. 부산시는 보행혁신 도시의 상징 교량으로 대저대교를 홍보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아니 그렇기에 더욱 ‘생각 있는’ 개발사업이어야 한다. 졸속 환경영향평가서를 들이밀고 추진할 사업은 더더욱 아니다. 보행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려면 입지가 명쾌해야 하고,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시민적 공감대 확보가 먼저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생태 민감 구역을 통과하는 대저대교의 위치를 옮기거나 기존 교량을 확충하는 방안, 지하 터널로 하구 생태를 지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지역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청와대 게시판에 호소한다는 건 지역의 부끄러움이다. 오 시장은 무엇이 ‘참’이고 옳은 길인지 결단해야 한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뚫은 길은 결국 엉터리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새들의 조감(鳥瞰)처럼, 낙동강 하구를 크고 넓게, 미래까지 함께 보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 시정의 새 길이 열린다.

고산자의 길에 대한 통찰을 되새겨볼 일이다. 다리는 어디든 놓을 수 있고 없으면 조금 돌아가면 되지만, 한 번 잃어버린 자연은 억만금으로도 다시 살 수 없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6. 6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7. 7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8. 8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8. 8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해수부, 안전관리 빛난 광안리 ‘우수 해수욕장’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7. 7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7. 7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