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광안리해수욕장 민락수변공원 등 관광 명소들과 인접한 ‘금싸라기 땅’을 소유하고서도 20년 넘게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땅은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가 가장 잘 보이는 민락수변공원을 끼고 있는 옛 청구마트 부지(6105㎡)로, 시는 1998년 4월 이곳을 취득했다. 하지만 아직 개발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도심의 여유 공유지 확보하기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 힘든 마당에 아까운 땅을 장기 방치하고 있으니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가 개발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1999년 청구파이낸스에 땅을 팔려다 무산된 뒤 세 차례 민자사업을 유치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이 실패하자 최근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 119안전센터와 문화·관광 복합시설 조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게 지난달 초순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뚜렷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시는 “주민과 수영구의 요구가 막연해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직접 개발할지, 민간투자를 받을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민자 유치에 나선 전력이 있으면서도 처녀지를 대하는 듯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관할 수영구도 시유지라는 이유로 개발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청구마트 부지에는 문화·관광 시설이 들어서는 게 타당할 듯하다. 이기대에서 해운대해수욕장에 이르는 부산의 대표적인 해안관광벨트의 중심부에 자리한 요지여서다. 철야 음주, 쓰레기 투기 등 무질서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락수변공원의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에서도 이 부지의 문화·관광 용도 개발은 필요하다. 민락수변공원 관리의 무대책에 청구마트 부지의 장기 방치까지 겹쳐 이 일대 환경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시와 구가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최선의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데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금쪽 같은 도심 공유지를 개발하는 데 신중을 기하는 건 맞지만, 그게 20여 년 방치의 사유가 될 순 없다. 외려 개발 의지에 대한 의심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