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역의 토양은 항상 얼어 있는 영구동토층과 겨울에는 얼고 여름에는 녹는 활동층(active layer)으로 구분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동토층이 감소하고 활동층의 두께가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극지역의 도로나 구조물이 불안정해지는 현상과 영구동토층에 갇혔던 온실기체가 대량으로 방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중 중요한 것은 후자이다. 북반구 육지의 4분에 1을 차지하는 영구동토층에는 약 1조 6000억ｔ의 탄소가 저장됐는데, 이는 대기 중 탄소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며, 이 온실기체가 방출될 경우 온난화가 급격히 가속화될 것은 자명하다.

2012년부터 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남극 킹죠지섬 바톤반도 전역에 깊이별로 온도센서를 장착한 장비를 설치해놓고 지온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동토층의 지온변화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연구이다. 그러던 중 알래스카 지역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8월 방문했다. 알래스카-페어뱅크스 대학에서는 총연장 800마일이 넘는 송유관 관리를 위해 건설된 도로를 따라 센서를 설치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예상외로 너무 덥다는 것이었다. 8월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은 놀라웠고 당연히 눈이나 빙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5월 네이처지에는 ‘영구동토층의 붕괴가 탄소방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캐나다 구엘프대 투르츠키 교수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평범하지만 내용은 충격적이다. 최근 영구동토층이 갑자기 붕괴해 녹는 현상이 빈번해지며 툰드라 지역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로 온난화 효과가 2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기온 상승에 의해 지표부터 서서히 녹고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향후 300년간 약 2000억ｔ의 온실가스가 방출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동토층이 매년 수㎝씩 서서히 녹는 것이 아니고 단기간에 수ｍ의 토양이 무너지며 습지나 호수가 생기는 열카르스트(thermokarst) 현상이 발생한다. 더 심각한 점은 영구동토층 중에서도 더 불안정한 지역에 탄소 함량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등지에 분포하는 지난 빙하기에 형성된 예도마(Yedoma)층은 유기물 함량이 높고 얼음 함량이 90%에 달해 온난화로 쉽게 붕괴된다. 예도마에 매장된 유기탄소량은 약 1300억ｔ으로 10년간 인간이 방출하는 온실기체 양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온실기체의 양은 얼마나 될까? 가장 비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2100년까지 최대 약 3800억ｔ이 방출될 수 있다.

영구동토층이 급격하게 녹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최근 연구 열기가 높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은 훌륭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CCS는 이산화탄소를 액체와 기체의 중간 상태인 초임계유체로 만든 뒤 지하 약 1㎞ 지점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한국에서는 포항 해상 중규모 CO2 저장 실증사업을 통해 영일만에 위치한 심부 퇴적층에 CO2를 주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2013년부터 2017년 초까지 1만ｔ의 주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2017년 말부터 2020년까지 2만ｔ으로 주입량을 늘려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진 2017년 포항지진 이후 CCS 연구는 중단된 상태이다. CCS 연구는 4~5㎞까지 굴착하는 지열발전에 비해 굴착 깊이가 얕고 여러 단계의 대책이 마련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실제로 올해 5월 포항 영일만 CCS 실증사업이 포항지진과 관련이 없다는 전문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진의 공포를 겪은 포항시민들이 CCS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CCS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안전대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