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강단 있는 정부를 보고 싶다 /염창현

북 도발, 일 경제보복 등 잇단 악재 정부 대응 미약

단호한 태도와 전략으로 국민 의지 한데 끌어 모아 국가의 자존심 되살려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북중미에 거주하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꽤 오랜만이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지사장이 그의 직함이다. 외국에 나간 지 제법 됐길래 향수병에 걸릴 때도 되지 않았냐는 농담을 던졌다. 지인은 이를 수긍했다. 언제까지 외국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임기를 연장할지를 고려하는 중이라 했다. 근데 불쑥 몇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한국이 처한 모양새를 보면 귀국하고픈 마음이 쑥 들어간다고. 그 지역의 다른 한국 회사 지사장들도 비슷한 말을 많이 한단다.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물어봤다. 갑자기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요즈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동네북’이 된 것 같아 너무 창피스럽단다. 나름 수출역군이자 민간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상황이 이러니 외국인들과 상담을 할 때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열렬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고민 끝에 선택한 정부가 기대 이하의 행보를 보이자 실망감이 더 컸던 모양이다.

특정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자유. 그런 까닭에 딱히 이 지인의 말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역정에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노라면 개인적으로도 화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외부로부터 많은 도전이 쏟아져 나오지만 우리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목줄을 죄려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사태 해결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잊을 만하면 마구잡이로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그러면서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들로 우리 정부에게 조롱까지 해댄다. 여기에다 러시아 항공기마저 우리 영공을 버젓이 드나든다.

한국과 혈맹이라는 미국은 한 술 더 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별일 아니라고 두둔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에게서 받은 친서를 흔들며 우리를 소외시킨 채 북미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중까지 내비친다. 이 와중에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를 받아내는 게 아파트 월세 수금보다 더 쉬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발언까지 더해지면 정신이 혼미스러워진다.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됐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누군가는 지금의 형국을 조선 말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열강의 야욕에 하릴없이 끌려다니던 유약한 조선 왕조가 처한 현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당시와 지금을 직접 비유한다는 것은 무리다. 풍자가 지나쳤다. 현 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 공세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조금 찜찜하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당연히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나서서 갈래를 치고 대응책을 마련한 뒤 국민에게 지지를 부탁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게 부족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긴장 고조보다는 한반도 평화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명제를 부인하지 않지만 말 같지도 않은 언사로 점철된 북한의 모욕을 감내하는 정부 태도는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처하는 자세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일본에 절대 질 수 없다는 결기를 내비치나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두 나라 간 마찰에서 승리를 이끌어 낼 ‘한 수’를 숨기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것 없이 국민의 반일정서 촉구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터다.

시정잡배끼리의 다툼에서도 한쪽이 틈을 보이면 순식간에 승패가 기울어진다. 하물며 국제관계에서는 자국 이익에 관해서라면 조그마한 배려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한이든 자신한테 손해가 된다면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는 게 당연지사다. 명분에 얽매이다가는 ‘달아나는 노루 쳐다보다 잡은 토끼도 놓치는 꼴’이 되기 딱 알맞다.

지금은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위기가 한반도를 둘러싼 시기다. 앞뒤 거리를 잴 만한 여유가 없다. 무조건 이겨내야 하는 게 지상과제다. 북한 도발이나 일본의 공세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계산하는 정신 나간 짓은 그만 둬야 한다. 외부의 압력에 주위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정부라면 함량미달이다. ‘그래, 한번 쳐봐라. 그러면 너는 오히려 완전히 죽는다’라는 배짱조차 없으면 냉혹한 국제세계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굳건히 중심을 잡아라. 그리고 함께 가야할 길을 가리켜라. 그러면 국민은 따라간다. 지지 정당이 다른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어떤 내부 갈등이 있더라도 외환이 닥치면 그것부터 막아내야 한다는 게 국민 정서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만 하더라도 진보와 보수가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도 이제는 남다른 강단을 보일 때가 되지 않았는가.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2만여 명 응시…부산교통공사 시험 연기 vs 강행 ‘팽팽’
  2. 2부산 신천지 교회·연수원 3곳 출입금지
  3. 3부산 호텔 1만800실 예약 취소…관광업계 ‘휘청’
  4. 4부산 ‘97세대’ 총선 돌풍 일으킬까
  5. 5감염경로 확인 안 되는 환자 속출…대구 신천지 예배간 경남도민 2명 자가격리
  6. 6버스 무정차운행·열감지기 확대…부울경 경계수위 높인다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국내 첫 사망 ·확진 100명 넘어…‘코로나19 악몽’
  9. 9“기생충, 오스카 감독상 받을 때 작품상도 직감”
  10. 10하늘에서 본 통영의 美…전국 드론 영상 공모전
  1. 1조경태 "중국인 입국 즉각 중단하라"
  2. 2대구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 연기...전국 처음
  3. 3 문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중국 측 노력에 힘 보탤 것”
  4. 4부산시, 코로나19 피해 관광업체에 특별융자·지방세 유예
  5. 5"단일화 없나?" 경남 진보 1번지 창원성산 대혼전
  6. 6서구 동대신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찾아가는『情 담은 식료품 배달』봉사
  7. 7김형오 “공천 심사과정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
  8. 8박형준 “현재로선 출마 생각없지만 총선서 역할 고민”
  9. 9동명대, 산-학 쌍방향 인재양성 교육 활발 주목
  10. 10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동 하나…자영업자 임대료 인하·추경 검토
  1. 1부산 국제관광도시 사업, 코로나에 삐끗…“하반기 본격화”
  2. 2주가지수- 2020년 2월 20일
  3. 330대 그룹 중 순익 높은 최고 알짜는 ‘KT&G’
  4. 4부산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5. 5현대·기아차, 도로상황 따라 기어 바꿔주는 시스템 개발
  6. 6금융·증시 동향
  7. 7북항재개발 중-동구 관할 싸움에 BPA 곤혹
  8. 8부산세관, 수출 지원 지역 순회 상담 진행
  9. 9부산항 환적화물 효율 처리…터미널 간 ‘순환레일’ 설치
  10. 10올해 러시아 수역 어획할당량 4만6700t…5년 내 최대
  1. 1전주서 ‘코로나 19’ 1명 의심증상 … 신천지 대구교회 방문
  2. 2포항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신천지 교인
  3. 3 전주에서도 코로나 19 첫 확진자 나왔다 … 28세 남성
  4. 4경북서 ‘코로나19’ 5명 추가 확진…영천 1·상주 1·경산 3(종합)
  5. 5경북 코로나19 확진자 10명으로 늘어… 영천4·경산3·청도2·상주1(종합)
  6. 6종로구서 75세 남성 코로나19 확진…한빛어린이집 휴원(종합)
  7. 7좋은강안병원 응급실 폐쇄…코로나19 의심환자 3명 검사 중
  8. 8검찰 조사 中 10층서 투신한 20대 피의자…4층 정원에 떨어져 목숨 건져
  9. 9코로나19 확진 31명 추가 발생…국내 확진자 82명
  10. 10제주서 31번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1명 역학조사
  1. 1손흥민, 국내서 부러진 팔 수술받는다…서울 시내 병원에 입원
  2. 2수원 이임생 감독, 염기훈 경기력 호평해…"이니에스타보다 염기훈"
  3. 3테니스 권순우 ATP 3연속 8강
  4. 4MLB 최고 갑부 알렉스 로드리게스
  5. 5손흥민 빠진 토트넘, 안방서도 무기력한 패배
  6. 6정마리아·강영서, 전날 아쉬움 씻고 금빛질주
  7. 7조용히 귀국한 손흥민 21일 수술대…3년 전과 같은 부위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해양안전, 민관 유기적 협력이 필수 /이광진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자객 공천
해운대암소갈비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19 첫 사망에 급속 확산…비상한 방역 전략을
개금 옛 미군부지, 시민 위한 공간 제대로 활용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