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국가 예산을 최대 530조 원까지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엊그제 비공개로 열린 당정협의에서다. 올해 본예산 469조 원보다 12.9%나 많다. 기획재정부 예상치가 9.5%이긴 하지만 이 또한 수치로 환산하면 514조 원에 달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 체질 개선 등에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을 통해 나타나도록 준비해달라”고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은 500조 원 이상의 슈퍼 예산이 될 게 거의 확실하다.
경기 하강, 수출 감소, 일본과의 경제 전면전,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돈 쓸 곳이 한층 많아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기 수축기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산이 400조 원을 넘긴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3년 만에 나랏돈 지출이 30% 가까이 급증하는 것을 ‘경기 대응과 혁신성장 뒷받침’이란 말로만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행보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두 달 전 기재부가 정부 각 부처에서 취합한 예산 요구액이 498조 원이었다. 여당안은 이보다 30조 원이나 많다. 여기에는 여러 명목으로 포장된 지역구 민원 해결용 예산이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포퓰리즘 예산도 여전히 포함돼 있을 것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등으로 법인세가 줄면서 세수 풍년이 올해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다. 복지비용은 고정비여서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따라 집행된 각종 예산이 취지와 다르게 허투루 쓰이고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돈이 들어올 데는 없는데 나갈 곳만 늘려놓으면 나라 곳간은 비고 그 부담은 모두 미래세대에 전가된다.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건 급변 상황을 대비한 마지노선이란 의미도 있다. 확장 예산을 짜서 써야할 곳은 확실하게 밀어주되 효용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하게 축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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