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의 경제보복과 우리의 대응책에 국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등에 관심의 초점이 쏠린다. 그 와중에 한일 간 바다를 둘러싸고 많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1945년 9월에 미국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일본의 주변 바다에 해역선을 설정했고, 이 선을 넘어서는 일본의 어업을 금지시켰다. 이를 일명 ‘맥아더 라인’이라고 부른다. 일본 어선이 일본 근해를 넘어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인도양으로 나가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당시 1, 2차 맥아더 라인은 우리나라 독도 바깥쪽에 설정되면서 독도가 우리나라 부속도서로서 인식되고 있었음이 확실하고, 이로 인해 일본의 한국 수역에서의 조업이 사실상 전면 금지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끈질기게 이 선을 철폐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와 함께 맥아더 라인은 사라지게 된다.
1952년 1월에 이승만 대통령은 이러한 국제 정세를 인지하고 대통령령으로 ‘대한민국 인접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을 하고 일명 평화선을 공표함으로써 대한민국과 주변 국가, 특히 일본에 대한 수역 구분과 자원 주권을 선언했다.
평화선은 지금으로 말하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비슷한 개념이다. 당연히 일본은 반대를 하였고 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본은 어로장비 한국 수출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하지만,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에 따른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기 까지 우리 수역을 침범하는 많은 일본어선을 나포할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하였다.
1965년 6월 한일 국교정상화와 함께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어업에 관한 협정’, 일명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기 시작하면서 평화선은 없어진다.
하지만 1998년 1월에 일본 정부는 동 어업협정에 대해 파기 통보를 한다. 물론 1994년 유엔해양법 발효에 따라 양국 간 새로운 어업협정을 체결하려는 절차가 진행됐지만 협상에 따른 새로운 협정 체결의 원칙이 훼손된 것이다.
1999년 1월에 독도 문제 등 국내적으로도 어렵게 정리된 신어업협정이 발효되어 양국 간 어장 이용에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었으나 2016년 6월에 일본은 또다시 협정을 파기하면서 4년 가까이 우리나라 어선이 일본 EEZ 수역에서 조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 한일 간 바다에서는 어떠한 규칙도 존재하지 않는 무규칙 상태가 4년째 표류 중이다. 일본은 협상을 진행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어업은 점점 경영이 악화돼 도산 직전까지 몰렸다. 이러한 사태는 양국의 바다자원에 대한 공동 이용과 관리, 평화 유지라는 가치를 훼손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
‘식량안보’라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 등과 같은 각종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일정 수준의 식량을 확보 소비할 수 있도록 유지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쌀뿐만 아니라 농축수산물의 안정적인 생산 공급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농산물과 축산물은 우리나라 영토에서 재배하고 생산된다.
하지만 수산물은 바다에서 어업을 통해서 획득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낚시로 유어 수준에서 잡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를 가진 선박이 바다에 가서 각종 어탐장비, 어구, 어법을 가동해야 가능하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이 4년째 표류 중이고 향후 해결되지 못한다고 하면 우리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일정 기반을 상실할 수도 있다.
한일 간은 다양한 갈등과 협력의 역사로 엮여 있다. 양국 사이의 바다는 역사적으로 왜구 침략, 임진왜란·정유재란과 같은 조선 침략사,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 바다 자원의 수탈사, 독도를 포함한 해양영토분쟁과 이에 따른 해양패권사, 한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에 따른 국제분쟁(WTO에서 한국이 승소) 등 힘든 일이 많았다.
부산과 대마도 히타카츠 및 이즈하라 뱃길이 당분간 중단된다고 한다. 부산에서 대마도, 시모노세키, 후쿠오카, 오사카를 연결하는 뱃길은 단순한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다를 통해서 우리의 문물이 일본에 전해졌고 아픈 근대사와 역동적인 현대사를 함께 했다. 국가 정책과 국민 관심사에서 바다가 멀어져서는 안 된다.
바다가 한일 관계에서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일본은 하루빨리 협상에 나서야 하고 우리 정부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