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조국의 ‘서해맹산(誓海盟山)’

잇단 논란 불구 장관 지명, 검찰 개혁 의지 밝혔지만 제대로 완수할진 미지수

청와대 시절 행태 반복 땐 또다시 구설만 자초할 것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또 한 차례의 전쟁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지명을 강행하면서다. 장관급 8명의 중폭 개각이지만 세상의 관심은 온통 조 후보자에 쏠려 있다. 전쟁도 종전과는 달리 예사 전쟁이 아닐 듯하다. 청문회 정국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조 후보자 한 명을 둘러싼 여야 간 한 판 힘겨루기가 될 공산이 큰 까닭이다. 청와대가 작정하고 큰 싸움을 걸었으니 야당도 호락호락 물러날 수는 없다. 장관 한 명의 지명을 두고 이토록 살벌한 싸움판이 예고된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 이 싸움판은 한 달 여 전부터 예고됐다. 청와대가 띄운 의도적 애드벌룬이든, 아니든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이 불거지면서다. 당연히 야권을 중심으로 끝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간이 흐르며 조 전 수석의 장관행은 점점 기정사실이 돼 갔다. 청와대는 물론, 당사자까지 여론의 향배를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청와대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따가운 시선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 달 여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파가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어차피 갈 길, 조금 에둘러 갔을 뿐이다.

2년2개월이나 장수한 조 전 수석의 청와대 생활은 파란만장하다. 여타 정권의 민정수석과는 판이한 행보를 보인 까닭이다. 정권의 내밀한 부분을 감찰하는 등의 업무 때문에 웬만해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통례다. 고작해야 장관 등 인사 검증이 실패하면 책임론이 오르내리는 정도였다. 조 전 수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숱한 인사 검증 실패에도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SNS 등을 통해 각종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도대체 민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그를 문 대통령은 끝까지 방치했다.

끝없는 잡음에도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을 강행한 이유는 물론 다른 데 있지 않다. 자신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검찰 등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일이다. 실제 문 대통령 또한 2006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시절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될 뻔했다. 하지만 당시 노 정부는 레임덕이 극심했고,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마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좌절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편이고 여당의 힘도 그때보다는 강하다. 지금이 아니면 사법개혁의 꿈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내로남불’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을 때와 상황이 너무 닮아서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지금의 야당과 똑같은 논리로 거세게 비판했던 과거가 족쇄가 됐다.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은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그런데 과거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논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으니 어떤 변명도 구차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사법개혁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내로남불 논란 또한 어디 이 뿐이겠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공방마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사례가 좀 많았나. 비록 내로남불 시비가 있긴 해도 국민 대다수가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마당이다. 인사청문회도 야당이 한 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큰 흠결이 드러나 사퇴하지 않는 다음에야 반대를 무릅 쓰고 임명을 할 공산이 크다.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약 조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다면,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나마 검찰개혁이라는 과업을 무리 없이 완수한다면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또다시 숱한 구설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세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이다. 같은 과업을 떠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얼마 전 임명됐지만, 그 또한 검찰 조직의 일원인 만큼 내부 반발에 움츠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후보자의 장관 지명도 이런 우려를 보완하려는 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장관은 민정수석과는 또 다른 자리다. 혹여나 민정수석 시절 좌충우돌하던 행태를 되풀이하다간 목적한 검찰개혁은커녕 엉뚱한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조 후보자는 지명 이후 일성으로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 ‘서해맹산(誓海盟山, 바다와 산에 맹세한다)’을 인용하며 검찰개혁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며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고도 했다. ‘품 넓은 강물’이 되겠다는 조 후보자의 맹세가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만 명심하길 바란다. 민정수석 때처럼 요란해서야 결코 ‘멀리 가는 강물’이 되기는 힘들다는 점 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뉴스와 현장] 신라젠 쇼크 줄여야 바이오가 산다 /이석주
  2. 2철거촌 길냥이 구조 대작전, 민관 손잡았다
  3. 3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1> 서구인의 동아시아 바다여행기
  4. 4LTE전용 아이폰11…‘5G 오지’ 부울경 고객 사로잡을까
  5. 5[신간 돋보기] 서양 철학 쉽게 풀어 쓴 입문서
  6. 6류현진, 긴장 풀지 마…까딱하면 판 뒤집어지니까
  7. 7해리단길 새마을금고 임대 장사에 일부 상인 반발
  8. 8[신간 돋보기] 부산서 전개된 초기 기독교 운동
  9. 9‘탈당사태’ 평화당, 부산시당도 분열 가속
  10. 10꼬집고 폭언…직장 내 괴롭힘 여전
  1. 1문 대통령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2. 2광복회 회장 김원웅, “일본 경제보복에 의연한 대처, 문재인 대통령에 박수를”
  3. 3조국 가족, 사모펀드에 74억 투자약정…위장전입 의혹도 제기
  4. 4文대통령 "日,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잡을 것"
  5. 5광복절 행사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용한 시 ‘새나라송’ 전문 보니
  6. 6조국, 74억 원 펀드 투자약정 논란에 "합법 투자…손실 상태"
  7. 7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
  8. 8경제克日 있었지만 反日 없었다…대화門 열어놓되 '자강' 최역점
  9. 9‘불법 자금 2억 수수’ 엄용수 한국당 의원, 정치자금법에 따라 의원직 상실
  10. 10‘탈당사태’ 평화당, 부산시당도 분열 가속
  1. 1부산항 ‘스마트 물류’로 효율성 높인다
  2. 2중국 “두 달간 신규 항공노선 취항 불가”…국내 LCC(저비용 항공사) 날벼락
  3. 3유니클로 70%↓ 일제차 32%↓ 바닥 모를 매출 급감
  4. 4삼성·LG 상품, 세계가 ‘원더풀~’
  5. 5극지해설사 내달부터 전국 학교로 파견
  6. 6벡스코 자회사(시설관리 주식회사) 내달 출범…일부는 ‘직접 고용’ 요구 여전
  7. 7중기부·지역신보, 소상공인 1조3000억 특례보증
  8. 8온누리호와 함께 1박2일 대한해협 탐방
  9. 9눈부심 호소 ‘항로표지등’ 등명기 교체 등 개선 작업
  10. 10최초 태극기 원형 실린 번역서 발간
  1. 1태풍 ‘크로사’ 히로시마 상륙…부산·경남 해수욕장 입수 금지
  2. 2광복절 문재인 탄핵 광화문 집회… 엄마부대X한기총의 콜라보레이션
  3. 3광복절 태풍 ‘크로사’ 영향 전국 비 동해안 최대 300mm
  4. 4日 강타 할거라던 태풍 크로사, 예상보다 한반도 가까이 접근…위력은?
  5. 5“비오는날 태극기 어떻게 게양해요?” 광복절, 태풍 크로사에 국기 훼손될까
  6. 6일본 상륙 태풍 크로사 부산으로… 예상 경로 확인해보니 ‘애국태풍?’
  7. 7태풍 '크로사' 오후 일본 상륙…부산 강풍과 함께 최고 80mm 비
  8. 8태풍 크로사, 일본 열도 전체가 긴장…“40만 명 피난” 예상 피해는?
  9. 9'1987' 박종철 죽음에 ‘조사관이 책상을 탁치니…’ 말한 치안본부장 어떻게 됐나?
  10. 10태풍 크로사, 빠르게 북상 중…예상보다 한반도 가깝게 접근
  1. 1리버풀-첼시 UEFA 슈퍼컵, 15일 생중계는 몇시 어디서?
  2. 2커쇼, 다저스 역대 좌완 최다승 타이…연봉은 얼마?
  3. 3리버풀, 첼시와 승부차기 끝에 우승…타미 아브라함 실축
  4. 4'마네 2골' 리버풀, 첼시 꺾고 UEFA 슈퍼컵 우승
  5. 5UEFA슈퍼컵 첼시-리버풀, 1-0 첼시 리드로 전반 종료
  6. 6류현진, 긴장 풀지 마…까딱하면 판 뒤집어지니까
  7. 7이강인·정우영, 축구 유망주서 차세대 스타로 뜰까
  8. 8커쇼, 다저스 역대 좌완 최다승 타이
  9. 9
  10. 10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대학이 가져온 ‘부’- 독일 하이델베르크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친환경에서 캔 ‘노다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기고 [전체보기]
‘문화도시 부산’에 대한 소고 /김배경
중국 경제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곽붕
기자수첩 [전체보기]
옛 해운대역 도시재생 롤모델로 /이승륜
청년몰은 정녕 실패했나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달에는 토끼가, 지구에는 청룡이 산다
기생충의 세상, 그 우화의 이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 가곡인가, 한국 가곡인가
음악과 통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신라젠 쇼크 줄여야 바이오가 산다 /이석주
“한가한 소리 하고 있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얼굴인식 기술
쇠똥구리 복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데이비드 호크니의 첫 생각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경상도의 여름음식 찜국
품종을 따져라, 밥맛이 달라진다
사설 [전체보기]
대화 강조한 광복절 경축사, 일본도 적극 호응해야
시 건축주택국장 재공모…꼭 이 방식이어야 하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예쁘고 행복한 그림의 화가
바람둥이 화가의 영원한 사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일본은 실수했다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조국의 ‘서해맹산(誓海盟山)’
두 정치인의 죽음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더위 식혀주는 음악들
7월의 음악예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닭백숙과 와인…더위를 이기는 조합
‘디오픈’ 우승컵은 와인 주전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윤겸의 실경산수 ‘태종대’
김정희를 흠모한 이한복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