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황교안 대표를 위한 고언 /정순백

계파 갈등 등 악재 잇달아, 외연 확장 실기하며 위기

친박 득세에 지지율 하락, 과거 단절과 비전 제시로 보수 경쟁력 회복하기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TV에서 본 첫 느낌은 그랬다. 평생 일탈이라고는 해보지 않았을 듯했다. 기존 질서는 거역하지 않는 ‘범생’ 같았다. 먼 산을 보는 듯한 근엄한 표정, 가발처럼 보이는 반듯한 헤어스타일, 절제된 몸가짐 그래서 더 차갑게 느껴졌다. 단조로운 중저음의 유체이탈식 화법은 핵심을 비켜가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였다. 자기주장은 드러내지 않는 게 살아남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니까.

그래 맞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서 고건 전 총리의 그림자를 본 것은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다. 고 전 총리가 누구인가. ‘처세의 달인’이 아닌가. 여야를 넘나들면서, 대통령 빼고는 사실상 다 해 본 인물이다. 가급적 윗사람의 뜻은 거스르지 않는 게 이인자의 최고 덕목이다. 최고 권력자 1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이것보다 효과적인 게 없다.

이런 황 대표가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장악하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경기고를 나온 최고 엘리트의 법조인이, 그것도 꽃길만 걸어오다 60대 초반에, 국무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까지 마치고 여의도 정치에 발을 내딛자마자 거대 야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예상치 못한 결단력이었다. 정치 신인으로서는 전당대회 출마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을 이겨낸 정치 입문이었다. 취임 직후 행보도 좀 놀라웠다. 대여 투쟁을 강화하면서 당 지지율을 더불어민주당의 턱밑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장외집회 주도 때 분위기는 최고였다. 안정감 있다는 평가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무엇보다 반가운 선물이었다. 당을 완전히 접수(?)하는 듯했다.

거기까지였다. 역시 현실 정치판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반짝 반등했던 당 지지율은 예전으로 복귀했다. 당내는 균열 조짐이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황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층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의 비교는 지지층을 불안케 한다. 대부분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결코 유쾌할 수는 없다. 이 전 총리가 누구인가. 대권 문턱 바로 앞에서 주저앉았지 않았나. 그것도 두 번씩이나. 절대 패배할 수 없다고 분석된 선거였다. 보수층으로서는 애가 탈 만하다. 정권을 꼭 탈환해야 하는데, 보수층 내에서 때 이른 대표 교체론이 나오는 이유다. ‘황교안호’ 출범 5개월여 만의 일이다.

아직 황 대표의 지지율은 여야 잠룡 중 1, 2위를 다툰다. 그런데도 왜 벌써 불길한 결말을 그리는 걸까. 황 대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무엇인가. 언론의 분석은 대략 이렇다. 먼저 ‘도로 친박당’ 논란이다. 주요 당 보직은 친박계 인사가 상당수 차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은 고사하고 얹혀 있는 모양새다. 대표 얼굴만 바뀌었을 뿐 당이 달라진 게 뭐냐는 탄식이 나온다. 당이 과거로 돌아갔다는 말이다. 다음 대선 구도가 지난번 대선처럼 탄핵 찬반 세력 구도로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과는 패라는 관측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더욱이 ‘5·18 망언’ 등의 관계자를 경징계 처분하면서 당은 우측으로 더욱더 가는 듯하다. 대중에게 그렇게 비친다. 여기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당과 박순자 의원의 다툼 과정에서는 보수 품격의 밑바닥까지 드러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의원들의 막말, 이는 황 대표의 당 장악력 문제로 이어졌다. 뼈아픈 것은 성과 없는 당의 외연 확장이다. 20대 청춘은 청년 실업으로 고통받는데,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문제로 불만이 폭발 직전인데, 이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 대안 정당으로서 신뢰성을 의심받은 탓이다.

기존 질서를 지키는 것에만 능하고 모험을 하지 않는 관료 시절의 습성이 몸에 밴 것일까. 정치는 정글 같은 곳인데, 안과 밖 모두가 온통 적인데, 무엇을 봉합한다는 것인가. 모든 걸 얻으려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법.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하다. 무엇을 도려내고, 무엇을 안을 것인지는 리더의 선택이다. 여기에 개인 정리가 끼어들면 끝장이다. 의리가 충성으로 왜곡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대선은 1명만 살아남는 게임이다. 2등은 의미 없다. 선택은 민심이라는 심판관이 한다. 최고 권력자 1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처세로는 얻을 수 없는 게 민심이다. 세상에 가득 찬 모순과 갈등을 헤쳐나갈 비전과 희망도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탄핵 정국 때 잃어버린 보수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되살려야 한다. 따뜻한 밥만큼은 보수가 더 많이 보장해 줄 것이라는 그런 믿음 말이다.

무릇 경쟁 구도는 비슷한 게 최적이다. 여야 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한쪽으로 너무 기울면 어떤 면에서 정상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 대표의 분발을 기대한다. 파이팅! ‘황교안’.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대관용 강당’ 전락한 구립 문화회관
  2. 2엘시티 상가 분할매각이냐 통매각이냐
  3. 3부산진을·기장·창원진해, 총선서 살얼음 승부 예고
  4. 4오거돈·신정택·김형오 등 부산 주요인사 잇단 조문
  5. 5해운대해수욕장 시설 업자에 뇌물 받은 구청 공무원 구속
  6. 6부산~호놀룰루·이스탄불 직항노선 개설 추진
  7. 7부산시 공공기관 통폐합 용두사미…BIFF+영화의전당 외엔 하세월
  8. 8양산 고교 입시 올해도 불합격 속출
  9. 9‘라임’사태 피해 규모 2조 추산…금융사기 의혹
  10. 10‘자연 놀이터’ 거제 유아숲체험원 개원
  1. 1안철수 정계복귀…여야 각당 촉각
  2. 2추미애, 검찰 간부들 질타 “상갓집 추태 개탄스럽다”
  3. 3조경태 "애가 탄다던 문 대통령 영화 관람"
  4. 4유재수 감찰 무마에 친문 실세 총동원
  5. 5文 대통령, 조국 전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김미경 변호사를 균형인사비서관에 임명
  6. 6불교계 설 선물로 '육포' 보낸 한국당…긴급 회수 소동
  7. 7미 국무부, 해리스 대사 거친 발언에도 "전적으로 신뢰한다"
  8. 8윤창중 “대구 동구 을 출마 … 박근혜 전 대통령 대신해 국민 심판 받겠다”
  9. 9이탄희 “유해용 무죄 판결 화났다 … 보고 싶지 않았던 상황들”
  10. 10文 대통령, 정 총리와 첫 주례회동서 규제혁신 방안 집중 논의
  1. 1‘라임’사태 피해 규모 2조 추산…금융사기 의혹
  2. 2마리나업 등록·변경 수수료 폐지…해양관광 활성화 기대
  3. 3신항 서컨부두 운영사에 부산항터미널 사실상 낙점
  4. 4예금·대출에 이자까지, 금융거래 내역 한눈에
  5. 5“중국 남획 손 놓고 대형트롤만 단속” 어민 반발
  6. 6금융·증시 동향
  7. 7모든 국제여객선 대상 ‘손상제어훈련’ 의무화
  8. 8설 연휴 만기 대출 자동 연장
  9. 9주가지수- 2020년 1월 20일
  10. 10
  1. 1사실상 서울 지하철 파업 예고, 설 연휴엔 어떻게?
  2. 2검찰, 고유정에 사형 구형 “부검결과가 스모킹 건”
  3. 3'우한 폐렴' 확진자 국내 발생…위기경보 '주의'로 상향
  4. 4설 연휴 거가대로 등 경남 민자도로 3곳 무료 통행
  5. 5 국내서 ‘우한 폐렴’ 첫 확진 … 우한 다녀온 중국인 여성
  6. 6심재철 검사 ‘조국 불기소’ 의견 내…“당신이 검사냐” 항의
  7. 7고유정 오늘(20일) 1심 결심 공판 … “계획적 범행” VS “우발적 살인”
  8. 8해수욕장 시설 업체로부터 뇌물 받은 구청 공무원 구속
  9. 9이국종 사의 표명…기로에 선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10. 10지자체-지방대 '지방 살리기' 나선다…올해 3곳 선정 1000억 투입
  1. 1AFC 챔피언십 4강 대진 확정, 한국 호주와 결승 진출 다툰다…한국vs호주, 우즈벡vs사우디
  2. 2박인비, LPGA 시즌 개막전 연장 끝 준우승…통산 20승 다음 대회로 미뤄
  3. 3리버풀, 맨유에 전반전 1-0 리드…VAR로 추가 득점은 취소
  4. 4리버풀, 홈에서 맨유 2-0 제압…22G 경기 무패행진, 맨시티와 16점 차로 벌려
  5. 5조현우 국가대표 골키퍼 울산 현대 이적
  6. 6박인비, 물에 빠진 20승의 꿈
  7. 7‘버디 7개’ 임성재, PGA 3번째 톱10
  8. 8한국 여자 테니스 12년 만에 메이저 본선 한나래, 첫 문턱서 좌절
  9. 9리버풀, 라이벌 맨유 2-0 완파…‘무패 우승’ 기록 세울까
  10. 10미국프로풋볼 샌프란시스코, 캔자스시티와 슈퍼볼 격돌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서독사람 동독사람
PK 관전포인트
경남·울산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도시 규제의 경제학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기고 [전체보기]
부산 발전, 이제는 사회적 가치다 /정현우
부산은 ‘계단’이다 /송종홍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개혁, 법의 기본 아래 둬야 /이승륜
보안검색 직원의 빈자리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소프트 에듀케이션’ 대안 교육은 꿈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전통음악, 해설이 필요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시대정신 檢개혁 누가 저항하나 /송진영
부산과 스웨덴 사람들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육포 소동
생태계 교란 식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내겐 넘버원 대동할매국수
서산 우럭젓국 맛집 찾기 힘든 이유
사설 [전체보기]
1000억 영화기금 무산, 또 보여주기식 정책이었나
감천항 안벽 수심 논란, 피해 없도록 정확한 재측정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위대한 예술가, 젠틸레스키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기생충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등 떠밀린 보수 통합 성공할까
송구영신, 부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겨울나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욕망
와인과 기다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격렬한 파도에 조선 정신을 담다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 청소년 남극 체험 선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