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 부른다. 그때가 제철이고 맛이 가장 좋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근래에는 여름 햇전어가 인기를 끌면서 ‘가을 전어’는 이제 옛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철에 잡히는 햇전어는 육질과 뼈가 부드러워 가을 전어와는 또 다른 풍미를 느끼게 만든다. 맛도 더 고소해 ‘깨가 서 말이 아닌 다섯 말’이라는 찬사까지 들린다. 그러니 어획 시기가 앞당겨지고 전어축제 한마당이 여름에 열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청어과에 속하는 전어는 국내 지역에 따라 ‘새갈치, 대전어, 엿사리, 전어사리’ 등으로 불리고 동해안에서는 ‘어설키’라고도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나 정약용의 ‘자산어보’ 등의 여러 옛 문헌에 적힐 만큼 우리 민족과 친숙하다. 게다가 신분의 귀천에 관계 없이 모두 좋아하고, 값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어잡이는 주로 그물을 길게 둘러서 포획하는 방식이나, 옛날에는 뭉둥이로 수면을 두들겨서 그물 안으로 전어를 몰아넣어 잡았다고 전해진다.
전어잡이와 관련해 재미난 일화가 생각난다. 15년여 전 부산 다대포의 어부를 취재할 때 직접 들은 내용이다. 그의 말인즉슨, ‘그물을 그냥 치는 게 아니라 우선 냄새를 잘 맡아야 한다. 전어 떼가 나타나면 마치 수박냄새 같은 게 풍기는데, 그걸 감지해 잽싸게 그물을 던진다’는 것이다. 20년 넘는 경력에서 체득한 자신만의 노하우인 셈이다. “물고기에서 과일 냄새가 나니 그 맛이 얼마나 좋겠느냐”며 껄껄 웃던 어부의 표정이 떠오른다.
요즈음 여름 햇전어가 아주 ‘귀하신 몸’이 됐다는 소식이다. 전어 금어기(5월 1일~7월 15일) 이후 본격 출하기를 맞았지만, 어획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지난달 말 전국에서 제일 먼저 전어축제를 개최한 경남 사천의 삼천포항에서는 물량이 부족해 품귀 현상마저 빚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닷새간의 축제 행사에 역대 최다인 21만여 명이 몰려들었다니, 햇전어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부산과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햇전어의 소비가 증가하는데 비해 공급량은 달리는 추세다. 과거 전어가 값싼 구이용 생선이었던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어획 감소로 값이 너무 비싸지면 소비자에게 부담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고소한 맛을 즐기기도 힘들다. 연간 전어 어획량은 들쭉날쭉이다. 늘어난 해도 있고 줄어든 해도 있어서다. 관건은 역시 적합한 수온과 적조 여부 등 바다 환경에 달린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