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패전국 일본의 허망한 경제공습 /정선섭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31 19:27:25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60년대와 1970년대 세계시장에서 일본인은 ‘경제동물(Economic Animal)’이라고 불렸다. 경제적인 실리(實利)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일본인의 특성을 비꼰 표현이었다. 당시 일본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망의 상실감을 돈벌이로 달랬다. 다행히 그들에게는 태평양전쟁을 하면서 습득한 무기 제조기술이 있었다. 이를 산업기술로 바꿔 세계시장을 공략했다. 일본산 자동차, 전자, 기계는 지구촌을 휩쓸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그 덕분에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이 같은 경제력에 도취된 일본은 결국 교만해졌다. 이웃 국가에 대한 침략 역사를 정당화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냉전시대의 진영논리는 일본의 역사적 범죄를 퇴색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막대한 달러를 거머쥔 일본은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자산을 사들였다. 당시 제조업 붕괴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침체됐던 미국의 국채, 기업, 부동산은 일본계 은행의 수중에 넘어갔다. 일본 전자기기의 대명사 격이자 다국적 기업이던 소니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사와 방송국까지 사들였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극미경제(克美經濟)’라는 단어도 등장했을 정도다. 일본인은 미국의 자산을 사들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법하다. 태평양전쟁 당시 진주만 공습을 재차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의 도박은 최악의 결말로 끝났다. 1980년대 후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체제가 붕괴되자 세계경제 질서는 진영 논리에서 다자 간 무역시대로 재편됐다. 한국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초고속 성장하면서 일본을 위협했다. 때마침 미국은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실리콘밸리에선 벤처 열풍이 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라클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경제주역으로 등장했다. 국채와 부동산 등 안전자산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이 사들인 미국 내 투자자산의 가치도 급락했다. 결국 일본계 은행과 금융회사는 줄줄이 침몰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졌다.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자동차 전기 전자 기계 조선의 생산기지를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기업의 사업 포기에 따른 반사이익에 의한 것이었다. 일본계 금융회사들은 미국 국채와 기업을 헐값에 되팔았다. 그러자 월가의 기업 사냥꾼들은 일본이 토해낸 기업을 반값에 사들였다. 일본의 미국 본토를 향한 경제 공습은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의 경제 공습이 이번에는 한국으로 향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인 불화수소 등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에칭가스’로 불리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불순물 세정 과정에 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불화수소의 90%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행위에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 타격을 주려는 저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조치의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한국의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보복이라는 해석과 한국 경제의 급성장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다. 어떤 해석을 내리든 이번 사태는 일본이 아직도 19세기 제국주의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패전국의 피해 의식에 매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웃 국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고도 진정성 있는 참회를 한 적이 없는 그들이다.

문제는 일본의 경제 공습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대응은 100년 전 조선 말기의 상황을 보는 듯하다. 지독한 가난을 경험해본 우리에게 먹고사는 경제 문제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까지 내팽개친다면 경제전쟁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은 한국 국민의 자존심과 열정으로 일궈낸 결과물이다. 더욱이 우리의 소중한 영토마저 제 것이라고 생떼를 쓰는 상대방이라면 우리는 더 똘똘 뭉쳐야 한다. 경제 문제이기 이전에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벌닷컴 대표이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21> 파킨슨병 앓는 정성훈 씨
  3. 3[아침숲길] 내가 모르는 나의 장점을 찾는 시간 /박희숙
  4. 4샌더스 결국 하차…미국 대선 트럼프-바이든 양자대결로
  5. 5[강동진 칼럼]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6. 6[도청도설] 막말 고질병
  7. 7축제 취소된 대게 할인 판매
  8. 8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9. 9부산시산림조합, 코로나성금 1000만 원 전달
  10. 10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1. 1홍남기 “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2배 확대”
  2. 2연제구, 구민에게 재난기본소득 지급…부산 9번째
  3. 3통합당, 김대호 최고위 만장일치 제명…차명진은 윤리위 회부
  4. 4오세훈 후보 유세 차량에 흉기 든 괴한 달려와…현장 경찰에 제압
  5. 5정의당 창원진해 조광호 후보 사퇴…“황기철 후보에게 힘 싣겠다”
  6. 6내일부터 이틀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실시
  7. 738노스 “북한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 가능성”
  8. 8문 대통령 "우리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 구할 수 있기를"
  9. 9부산시 제21대 총선 선거인 수 총 295만 8290명…제20대 보다 5329명 늘어
  10. 10김종인 “모든 대학생에게 재난장학금 100만원 지급해야”
  1. 1마산만 주변 해양쓰레기 174t수거한다
  2. 2원양선원 귀국길 막막…전국원양산업노조 해결책 마련 분주
  3. 3글로벌선사 결항에 부산항 물동량 위기
  4. 4바닷속 방치된 굴패각 재활용…친환경 해양생태블록 만든다
  5. 5 기아 텔루라이드, 세계 올해의 車
  6. 6 부산은행 ‘가을야구 정기예금’
  7. 7 부산관광공사 랜선여행 이벤트
  8. 8‘코로나 폭락’에 상장사 358곳 자사주 매입
  9. 9금융·증시 동향
  10. 10가족돌봄비용 1인당 50만원으로 확대, 유통업체 교통유발부담금 30% 경감
  1. 1온라인 개학 첫날 부산 쌍방향 수업 40%에 달해
  2. 2낙동강 횡단 엄궁대교 입찰 재추진
  3. 3코로나19 완치 판정 받은 80대, 퇴원 후 사망
  4. 4부산 해외입국자 1명 코로나19 추가 확진 “완치자 재증상 없다”
  5. 5오늘 중3·고3부터 온라인 개학…이달 내 초중고 모두 원격수업시작
  6. 6대전 지하철 역무원, 코로나19 완치 판정 후 재확진
  7. 7‘음주 바꿔치기’ 래퍼 노엘, 첫 재판…장제원 “아버지로서 마음 아프다”
  8. 8사하구 하단동 하수도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가스중독…소방 “추가 구조 작업 진행 중”
  9. 9여자화장실 불법촬영한 지하철 역무원, 휴대전화 속 음란물 다수 확인
  10. 10하수도 공사 중 유독가스로 3명 숨져…동료 찾으러간 작업자도
  1. 1롯데 청백전 TV 생중계
  2. 2‘전설’ 루 게릭 배트, 12억 원에 팔렸다
  3. 3유럽축구 재개 움직임…분데스리가 내달 ‘무관중’ 준비
  4. 4손흥민도 200억 뚝…축구선수 몸값 12조원 증발
  5. 5호나우지뉴 19억 보석금 내고 석방
  6. 6만수르 제친 최고 부자 구단주는?
  7. 7주말 개막하는 대만 야구…관중석엔 마네킹 응원단
  8. 8IOC “도쿄올림픽 예선 내년 6월 29일까지 마무리”
  9. 9허리 세운 거인, 올 시즌 필승조 ‘이상무’
  10. 10성장통 겪은 한동희 “거인 핫코너 올해는 내가 주인”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지역별고용조사’에 협조를 부탁드리며 /마경필
코로나19를 넘어 성장하자, 우리 공동체! /배정이
기자수첩 [전체보기]
대학 온라인 강의 미봉책 멈추길 /최지수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시 곳간이 더 걱정되는 이유 /이석주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막말 고질병
3무 선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첫날 곳곳 혼선 온라인 수업 서둘러 보완하길
행락 인파·부활절 예배 등 이번 주말 협조 중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장기전 불가피한 코로나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어느 멋진 날의 와인을 기대하며
와인의 르네상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