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운동선수가 읽어야 할 책 100권’을 선정해 의무적으로 읽도록 하자는 내용을 기고한 적이 있다(국제신문 지난 6월 13일 자 29면 보도).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순 없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대한축구협회(KFA),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운동선수들과 함께하는 독서문화진흥 캠페인 ‘책 읽는 운동선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독서문화진흥법을 근거로 일반 국민은 물론 교정 시설의 재소자들에게도 맞춤형 독서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한축구협회에서는 4년 전부터 선수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초중고 책 보내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70개 팀에 책을 보내주고 독후감 우수 팀(초중고 각 1팀)을 선정해 파주 NFC 견학과 축구 레전드 만남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선수들의 전인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고 박수도 쳐주고 싶지만 2% 아쉬운 점이 있다. 알다시피 모든 운동 종목의 코치나 감독은 자나 깨나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성장기 중 기본기를 제대로 배워야 성인이 되었을 때 기량이 만개한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코치가 선수에게 운동의 기본기를 가르쳐주듯 독서도 관련 전문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재소자들에게도 맞춤형 독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단체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운동선수들의 전인적 성장과 독서 진흥을 위해 전례 없는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다. 보통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거나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예산이 편성되고 정부 및 관련 단체의 의지가 확인된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개설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현재 실행 중인 맞춤형 독서 프로그램 중 미개설된 학생선수 대상 맞춤형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을 가르칠 교사로 ‘시인(문인)을 12번째 선수로 영입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본래 12번째 선수란 교체 1순위나 축구 팬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필자가 시인을 12번째 선수로 영입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2017 한국의 직업정보 연구보고서 결과 때문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연봉이 가장 낮은 직업이 시인이라고 한다. 뒤이어 작사가(1100만 원), 소설가(1550만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인 중 하나인 시인이 최저 임금에 노출된 상황에서 시인(문인)이 운동선수들의 독서 교육을 지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시인을 12번째 선수(독서지도교사)로 영입한다면 선수들의 올바른 독서 습관과 태도 형성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덤으로 실업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시인은 축구선수를, 야구를 좋아하는 시인은 야구선수를, 나머지 종목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지도한다면 독서 교육의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특히 시인 입장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종목의 선수를 가르친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찰 수 있다. 류현진 박지성 손흥민 김연아 장미란 선수처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선수가 미래에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까지 한다면 기쁘지 아니할까.
평균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직업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는 시인은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직업이라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저 임금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진정한 ‘멘털 갑’인 시인에게 운동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팍팍 주자. 설령 시인이 운동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손치더라도 일반인이 평소 받는 스트레스의 반의 반도 안 될 것 같다. 스포츠 현장은 매 순간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압박감과 싸워야 한다. 최저임금 상황에서도 멘털이 붕괴되지 않고 즐겁게 사는 시인에게 스트레스 관리 및 멘털 근육강화 비법을 전수받자. 그럼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
동서대 레포츠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