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대법원은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금 젊은 세대는 그가 누구인지 거의 모르겠지만 한때 유명인이었던 데다 병역 문제가 걸려 있었던 터라 이 소식은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됐다. 당연히 유승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무슨 변명을 갖다 붙이더라도 병역기피 의도가 있었다면 우리 사회에서 쉽게 용납받기 힘들어서다.
반면 한편에서는 유승준이 17년이나 입국 금지를 당했으니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 사회가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활동 중인 연예인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유승준에게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론 유승준 옹호론은 아직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는 마약 복용이나 성폭행, 도박과 같은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도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방송·영화에 다시 출연하는 사례가 허다했던 까닭이다. 사회적 지탄이 빗발칠 때야 당연히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반성하며 살겠습니다”며 고개를 숙인 채 사죄의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악어의 눈물’은 오래가지 않는다. 길어야 몇 년, 짧게는 몇 달 만에 자숙과 반성을 핑계로 슬금슬금 다시 얼굴을 내민다. 그나마 방송·영화·가요계가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출연을 엄격하게 통제하면 좋으련만 흥행에 목을 매는 업계 풍토상 이를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다. 자체 징계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머무르기 일쑤다.
보다 못한 정치권이 ‘부도덕한 연예인 퇴출’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25일 마약·성범죄·음주운전·도박 전과자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방송법의 미약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은 방송에 나올 수가 없게 된다. 집행유예도 여기에 포함된다.
당사자 처지에서야 죗값을 다 치렀으면 정당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큰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런 항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예인 얼굴에서 자꾸 추악한 악인 모습이 연상된다면 시청자 ‘짜증지수’는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