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생명이 숨쉬는 섬진강 /최영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3 19:32:2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섬진강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19번 국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전북 남원이다. 그 남원에서 전북 장수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중간 어름에 ‘수분재(水分峙)’가 있다. 이는 치, 령, 재로 읽기도 부르기도 한다. ‘물을 구분하여 나눈다’는 뜻을 지닌 이 수분령 고갯마루에 가문비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빗물이나 서리가 남쪽 가지에 맺혔다 떨어지면 섬진강 물이 되고. 북쪽 가지에서 맺혔다가 떨어지면 금강의 물이 된다고 하였던가. 그 수분령을 중심으로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의 팔공산 데미샘은 섬진강의 발원지가 되어 예서 오백여 리를 흐르고, 장수군 수분리 588번지 신무산의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가 되어 일천여 리를 흐른다. 흘러 우리나라 최고의 평야(김제, 만경)를 가졌다가, 이윽고 군산을 통해 서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한반도 서남녘에 이러한 큰 강이 둘씩이나 있어 그에 기대 살아왔던 우리일 터이다. 하나 금강이 만들어낸 그 너른 평야는 피 어린 수탈로 인한 항쟁의 역사를 썼고,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 역시 왜구들 노략질의 물길이었으며,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의 길이었으며, 다시 조선수군 승리의 길이었다가, 마침내 이 강이 바다와 하나 되는 노량에서 질긴 전쟁을 승리로 끝내고 순국한 사실 또한 잊을 수 없는 역사인 것이다.

이제 이 두 강의 물줄기의 운명 역시 확연하게 바뀌고 말았다. 그야말로 천리길 금강에는 아픈 발톱이라는 하굿둑을 비롯하여, 4대강 사업으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3개의 보를 만들어 물길을 꽁꽁 묶어 버려 강 아닌 강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4대강 사업을 피한 섬진강이 있어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이 위안은 다른 4대강을 끼고 살아가는 이들에겐 염치없는 말일 터여서 조심스럽다.

강의 물길은 생명의 물길이다. 먼 바다 오호츠크해를 돌아 다시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의 길로도 열려 있고, 은어 황어 참게 장어들의 길로도 활짝 열려 있다. 늦여름부터 늦가을까지의 섬진강은 생명의 존엄함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산란을 마친 은어나 연어들의 자연사한 모습들이 섬진강 백사장을 덮을 때, 그 장면은 차라리 눈물겹다. 낙동강도 하굿둑으로 막히기 전의 모습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에 둑방이 들어서자 재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다는 일에 주눅 든 술꾼들의 해장국이 사라졌고, 헐한 가격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던 그 따끈한 국물이 낙동강에서 사라지자,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섬진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사는 가장 작은 조개가 가장 깊은 국물의 맛을 낸다. 그 맛은 무릇 모든 맛의 맨 밑바닥 기초의 맛이다. 맺히고 끊기는 데가 전혀 없는 풀어진 맛이다’라고 작가 김훈은 자신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 써놓고 있다. 아마 그 기초의 맛은 사람의 근본과도 맞닿아 있어서 ‘봄날 아침 안개’와 같은 국물의 색깔을 낼 것일 터이다. 애초 사람의 근본은 그 격이 동격이라, 있고 없음과 낮고 높음을 가리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 그릇의 재첩국을 두 손 모아 받게 하는 겸허한 국물. 하여 ‘삶에 기진맥진한 사람들의 식은땀을 멈추게 해 준다’라고까지 적어 놓았겠는가.

마침 이번 주 금요일(오는 26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동안 하동 송림(천연기념물 445호) 백사장에서 제5회 섬진강 문화 재첩축제가 열린다. 이 재첩축제에는 ‘황금재첩을 찾아라’라는 단위행사가 치러지는데, 이는 우울한 현실을 건너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힘내십시오” 하는 위로의 뜻도 담겨 있을 터여서 반갑다.

‘지리산 앉고 섬진강 참 긴 소리다’라고 썼던 대구의 문인수 시인은 하동포구 팔십 리 길은 ‘무통(無痛)의 시간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라고도 표현했다. 그 ‘무통의 길’을 따라 섬진강으로 와서, 황금재첩 또는 은재첩을 건져내는 행운까지 따라준다면 팍팍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힘이 또다시 솟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도 저도 안 된다면 섬진강에서 갓 잡아 올린 ‘은어회라도 바득바득 씹어보면’ 한순간의 시름이야 잊을 만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섬진강만이 나눌 수 있는 축복일 것이다.

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8. 8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9. 9“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4. 4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5. 5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6. 6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8. 8“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