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한국 첫 경제학자가 쓴 ‘윤리학 교과서’ /이호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2 19:31:3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95년 갑오개혁 때, 일본에 간 첫 관비 유학생 중 10명 정도가 경제 관련 공부를 했다. 유교 집안의 자제가 당시 상업을 천시하는 조선의 풍토 속에서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여건 아래 경제학을 접한 이들은 조선에 바뀐 세상을 하루빨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컸다.

신해영은 1907~08년 관비 유학생 원응상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경제학 교과서를 편찬했다. 그런데 그는 경제 교과서를 내놓기 전인 1906년 ‘윤리학 교과서’를 먼저 펴냈다. 왜 경제학자가 윤리학 교과서를 썼을까?

그의 ‘윤리학 교과서’는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은 지·덕·체 등 자기 수양, 제2권은 부모 형제 등 가족관계와 친구 간 예절, 제3권은 사회윤리, 제4권은 국민의 의무, 애국, 국제관계 의무 등 국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얼핏 보면 다른 수신 교과서들과 비슷한 것 같지만, 그의 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제3권 사회윤리에서 재산권과 소유권을 다루고 있다. 그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이 소중하듯이 타인의 재산 또한 중요시 여겨야 한다고 했다. 재산은 그 사람이 부지런히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미약하다면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재산의 사용 수익 처분을 자유롭게 하는 소유권이 확립되어야 한다. 국가나 개인이 남의 재산권이나 소유권에 멋대로 손댈 수 있다면 백성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할 마음을 잃고 사회는 게으름과 빈곤에 빠질 것이다. 재산권과 소유권의 확실한 보호를 위해 이 권리들은 법규뿐만 아니라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준칙인 도덕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그는 공산주의를 경계하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세상에 혹 공산주의를 앞장서 외치면서 재산의 사유함을 공격하고 논박하는 자가 있으며 또 부의 불평등함을 비난하는 자가 있으니, 이런 무리의 말이나 글은 모두 잘못된 견해와 망상에서 나오는 것인데 어찌 충분히 분변하여 밝힐 필요가 있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하여 나의 소유권을 존중히 함을 희망하는 것과 같이, 우리도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그 소유권을 침해함이 옳지 않으니, 이것이 곧 재산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다’.

그 밖에 제1장 ‘자제’ 항목에서 욕망의 절제는 필요하지만 욕망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기술했다. 이것은 성리학의 가르침과 다른 입장이다. 그는 명예를 바라고 재산을 욕구하고 쾌락을 구하려는 생각이 없다면 행복의 대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도를 초과해서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은 경계하라고 했다.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이다. 그는 ‘재산을 만들어서 이것을 증식하는 것은 인생의 필요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단지 재산을 증식하되 너무 인색하지도 사치하지도 말라고 권했다.

조선에 근대 경제학이 자리 잡으려면 우선 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재산권·소유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는 재산권·소유권의 보호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타인에 대한 재산권·소유권의 존중이 경제생활과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우치기 위해 이런 내용을 ‘윤리학 교과서’에 집어넣은 것이다.

1865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신해영은 갑오개혁 때 첫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의 게이오의숙에서 4년간 경제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그는 개화기 대한제국의 관료로서 중추원 의관, 예식원 참리관, 탁지부 참서관을 거쳐 1906년 학부 편집국장까지 올랐다. 그는 교육자로서도 맹활약했다. 광흥학교와 한성법학교 등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1905년에는 보성전문학교의 초대 교장을 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1909년 여름 학부 편집국장으로 유학생 감독을 위해 도쿄로 가던 중, 관부연락선에서 괴질로 사망했다. 그는 유학생들에게 ‘정성을 모아 노력하고 의지와 기개를 분발하여 업을 이룬 후 다른 날에 이미 잃은 국권을 광복하게 하면 나는 저승에 있어서도 춤을 추면서 치하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윤리학 교과서’는 얼마 후 검열제도가 시행되면서 금지도서가 되어버렸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4. 4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9. 9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2. 2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3. 3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4. 4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5. 5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