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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8 19:28:3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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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땅이라 일컫는 토지(土地)는 식물의 싹(十)이 돋아나는 흙(一)을 뜻하는 ‘土’와 다양하고 많은(也) 형질을 지닌 땅(土)인 ‘地’로 이루어져 있다. 즉, 토지는 ‘생명을 키우는 여러 모습의 환경’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혹자는 땅을 어머니에 비유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땅에서 시작하기에 우리는 땅을 생명과 같이 소중히 여겨왔다. 한편 모든 땅에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유권(재산권)이 존재한다. 국가는 1999년, 그런 귀한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국민 권리를 회복시키고자 ‘일몰제’를 도입했다. 당시 ‘IMF’에서 벗어나며,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국토 관리가 요청되는 시점에서 선택했던 선진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제도 자체가 가진 의미에 비해, 이를 현실에 옮기는 작업은 매우 등한시되었다. 아니 일몰제 자체를 잊고 있었다.
그림 서상균
2020년 7월 1일부로 일몰제가 시작된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는지, 20년 동안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무엇을 했는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당장 내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일몰제가 가져올 파장이나 후유증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 없이 그 긴 시간을 보내버렸다. 국민 재산권 침해를 혁신하고자 선택한 일몰제였지만, 당시 선택자들의 치적(?)에서 단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채 20년이 지나고 말았다. 일몰의 대상이 되는 ‘장기 미집행 시설’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20년 동안 사업집행이 되지 못한 시설을 말한다. 도로나 공공시설도 있지만, 불행히도 일몰의 주 대상은 공원과 녹지다. 부산의 경우에도 전혀 개발되지 못할 것 같던 해안부와 구릉지의 공원들이 일몰의 핵심 대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니었다. 해당 토지의 가격이 치솟았고 주변부 개발용지도 거의 동이 나버렸다. 그래서 일몰제 시행을 1년 앞둔 이 시점! 국가와 지자체들의 게으름과 무책임이라는 불편한 진실 속에서 ‘개인 재산권 침해’와 ‘국민 환경권리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부산의 일몰 대상 공원녹지의 대부분은 수십 년간 성장하며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는 ‘성숙림(mature woodland)’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탄소를 흡입하는 성숙림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것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흡입하고 그 농도를 크게 완화할 수 있는 성숙림으로 꽉 차 있는 부산의 일몰 공원녹지들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이유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부산의 하늘을 날아 본다. 금정산 대계에서 도시를 관통하며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초록 띠가 각종 개발에 의해 조각난 채 바다로 이어진다. 그 초록 조각들이 바다와 맞닿으며 305㎞ 해안선으로 연결된다. 서에서 동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가덕도, 다대포와 몰운대, 암남공원, 태종대, 이기대, 동백섬, 달맞이언덕과 청사포를 지나 기장의 해안으로 이어진다. 이들 또한 조각나 있지만, 바다언덕(臺)이나 해안 구릉지의 모습으로, 울창한 숲을 가진 도시공원으로 시민과 함께하고 있다.

부산에는 90여 곳의 일몰 현장이 있다. 모든 곳을 지키기에는 너무 늦었고 또 천문학적인 재원이 들어가기에 시는 선별 과정을 거친 공원 매입에 집중하는 나름의 방도를 세웠다. 그런데 책정된 매입 보상비와 현 지가(추산치)와의 차이가 무려 수배가 난다고 한다. 현실적인 결론은 추리고 추린 공원들인데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니 일몰제의 책임 소재를 정확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일몰 대상들은 모두 도시계획시설이기에 지정과 관리의 책임은 해당 지자체가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일몰 대상 중 상당수 공원은 1970년대에 국민의 쾌적한 삶과 환경 보전을 위해 국가가 지정한 것이다. 일몰제 또한 국가가 시작했으니 국가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장기 미집행 공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골자는 지방채 이자의 지원(50%)과 일몰 대상 중 국공유지의 실효 유예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1년 뒤에 사라질 수 있는 서울의 절반이 넘는 공원들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사실 정부 대안은 앞으로 일몰제에 깊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국 275개 사회시민단체가 참여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며칠 전에는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중심이 되어 다섯 가지의 핵심 방안을 제시하고 이의 입법을 위한 대정부 활동을 선언했다. ‘사유재산권의 침해 없는 국공유지를 공원 일몰제에서 제외하자’ ‘공원 매입을 위한 비용 50%를 국고에서 지원하자’ ‘도시자연공원구역을 확대 지정하자’ ‘토지 소유자의 상속세와 재산세를 감면하자’ ‘공원일몰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실효 기간을 3년간 유예하자’ 등이다. 이의 실행을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을 부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국시민행동이 주장하는 골자다. 이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은행제 적립금’을 공원 매입비에 활용하는 방안도 의원 발의되었다. 이는 ‘공원 매입을 위한 비용 50%를 국고에서 지원하자’는 주장의 실질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공공토지의 비축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은행제이기에, 국민 여가 시설이자 경제 유발 시설이며 도시방재 시설인 공원에 대한 토지은행제 적립금 사용의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아 보인다.

공원에 대한 투자는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이 일에 어찌 중앙과 지방을 구분할 수 있는가. 일몰 공원에 대한 국고 지원은 미래의 국토 기반과 기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결단은 분명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줄 것이다. 그래서 국민모금, 즉 트러스트 운동의 기회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토지 소유주들의 마음도 유연케 할 것이다. 미룰 이유가 없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이기대와 청사포가 사라지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 시대에 이 보다 더 큰 우(愚)는 없을 것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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