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내려다보는 지리산 자락, 하동 악양에 지리산 학교가 있습니다. 지리산 학교는 어른들을 위한 학교로, 지역이나 주변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배우고 나누고 소통하는 열린 학교입니다.
20년 전후로 귀촌한 문화 예술인 몇몇이 모여 ‘마실단’이라는 이름으로 이 집 저 집 몰려다니며 놀던 것이 시초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우리끼리만 놀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해보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재능 기부 형식으로 베풀고 서로 다른 것을 주고받으면 참 좋고 재미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시작했습니다.
2009년 5월 드디어 학교가 열렸고 어느 듯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도시도 아닌 작은 시골 동네에서 정규 학교도 아닌 문화 예술 학교로서는 제법 오래 유지 되는 것이 신기하고도 멋진 느낌입니다. 시 문학반, 사진반, 도자기반, 천연염색반, 목공예반, 퀼트반, 그림반, 기타반 그리고 숲길 걷기반 등이 개설되었습니다. 필자는 숲길 걷기반을 맡았습니다. 처음 학교가 열렸다고 하니 무슨 대안 학교인가 싶어서 문의하는 사람도 많았고, 무슨 학교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문화 활동을 접하기 힘든 시골에서 각자 자신만의 섬에서 살고 있었을 귀촌인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 밖에도 다양한 사람이 제 각각의 이유로 지리산 학교 문을 두드렸습니다,
인터넷 댓글을 잘 달고 싶어 시문학반에 등록했다가 자신의 시를 써서 대중 앞에서 발표를 합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직접 생활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일출을 찍겠다며 첫새벽에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서는 자신이 스스로 대견해 보이고, 음표도 읽을줄 몰랐다가 어느 순간 멋지게 기타를 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조금 세월이 흐르며 자신이 배운 것으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도 하고 또한 그 것을 밑천 삼아 가게를 차려서 작품도 팔며 사랑방 역할도 마다 않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학생이 교사가 될 수도 있고 교사도 다른 반의 학생이 되어 서로 배움을 나누고 실제로 반을 늘리며 또 다른 학생이 선생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내가 맡은 숲길 걷기반은 말 그대로 걷기를 하는 반으로 지리산 주변을 걷는데, 수강생이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걷기 능력과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코스 짜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숲길 걷기라고 하니 평지의 포장 안 된 숲길을 살랑살랑 걷는 줄 알고 왔는데 왜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산으로 가야만 하냐며 투정을 했고, 비교적 잘 걷는 사람들은 또 왜 이리 쉬운 코스만 천천히 가야 하는지 답답해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남난희가 진행하는 수업이라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먼 길을 마다 않고 서울 부산 광주 대전에서 달려와 단 몇 시간의 걷기를 위해서 며칠을 투자합니다.
그러다가 아예 지리산 자락에 집을 얻어서 도시와 오가며 살거나 이사를 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나로서는 참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산으로만 간다며 투정하던 이들은 어느 때부터 투정이 없어지고 땀을 흘리며 향복해하고(물론 중간에 그만둔 사람도 많지만) 드디어 꿈이 생겨납니다.
지리산 종주 산행!
난생처음 ‘1500 고지’를 걷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감탄하고 지리산 종주를 한 자신을 대견해하며 아낌없이 자신을 칭찬합니다. 참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더 많이 걷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빡센 산행반’을 만들어서 나와 더불어 원 없이 걷기도 했습니다. 가끔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하면, 나는 “무슨 반?”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빡반”하며 두말도 없이 따라옵니다. 통쾌합니다. 그들 덕분에 나도 신나게 산행을 했고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빡센 산행반은 백두대간을 두 번이나 종주했고 호남정맥도 한 번 종주했으며, 그뿐 아니라 아프라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올랐고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과 마나슬루 트레킹도 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민폐가 될까 봐 걱정을 하면 나는 하루에 5㎞를 걷는 사람과도 함께 걸을 수 있고 50㎞를 걷는 사람과도 함께 걸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랩니다.
지리산은 항상 한곳에서 우리에게 멋진 행복감을 선물합니다. 이것이 지리산 학교가 있는 이유입니다.
산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