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의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신산업 형태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업체인 우버, 타다,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 그리고 가상화폐 등이 좋은 예이다. 이들 업체의 공유 서비스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이들은 플랫폼 사업으로 불린다. 플랫폼 사업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미래 먹거리이자 창업의 보고로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플랫폼 사업은 본질적으로 공유경제와 닿아 있다. 재화·자산을 공유하거나 서비스를 공유·제공함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여 모든 참여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특징이자 장점이다. 플랫폼 업체들도 기존 산업과 달리 공유경제의 첨병으로서 공익성을 실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현재까지 제4차 산업혁명의 진전 과정에는 부정적 기류가 우려된다. 국내 우버, 타다 등의 플랫폼 사업자가 기존 택시운수업과 충돌하고, 블록체인 기반 가상통화 거래소 사업자의 횡령 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별반 차이가 없다. ‘실리콘 밸리의 비밀’이라는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우버 택시와 에어비앤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버의 경우 인도 시장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택시 기사 등 개인 투자를 유인했으나 낮은 수익성과 투자비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소개되었다. 에어비앤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주범으로서 시민들의 분노의 대상이 된 점이 부각됐다. 여러 나라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 특성상 건물주는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에어비앤비 사업을 선호하면서 집세를 올렸고 세입자들은 더 머무를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나라건 제4차 산업혁명이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신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혁신은 촉진하되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보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유형을 분류하여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제3자 ‘플랫폼 사업자’, 기존산업이 혁신기술과 융합하는 ‘기존 사업자 주도 플랫폼’, 공기업을 주축으로 하는 ‘공기업 선도형 플랫폼’ 등으로 대별이 가능하다. ‘플랫폼 사업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과 중소형 플랫폼 기업 등으로 기술 혁신을 이끌어가는 선봉장들이다. 이들의 시작은 공유경제와 연결되지만 현실은 자본주의와 함께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의 또 다른 형태로 비춰지고 있다.
‘기존 사업자 주도 플랫폼’ 유형은 기존 시장 주체가 플랫폼 주체가 되는 대안 플랫폼으로서 혁신이 주가 된다. 개인택시조합이 자체 플랫폼 앱을 만들어서 서비스 질을 개선하거나, 이해 당사자들이 노동 자원을 공동자산화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예로 들 수 있다.
‘공기업 선도형 플랫폼’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나 공유경제 가치에 기반하여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혁신을 촉진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터미널 간 운송시스템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항만물류플랫폼 구축을 예로 들 수 있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이러한 플랫폼 유형별로 맞춤형이 되어야 실효성이 높을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혁신의 새로운 시장(수요)을 찾도록 유도하고, 기존 산업의 수요를 잠식하는 경우에는 기존 사업자 주도의 플랫폼을 구축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공기업은 시장과 상충되지 않은 범위에서 선제적으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이윤 획득에 따른 적정 수준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거대 플랫폼 기업의 폐단을 예견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분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상운송 시장에서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서 선박회사 합병 시 미국, 중국 등 주요 화주 국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만 이용된다면 앞으로도 엄청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혁신의 효과는 묻혀버릴 것이다.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도 사회 시스템의 한 요소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이다. 윤리경영, 인권경영 등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산항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