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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먼저 ‘사람’이 되어야 /안병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0 19:32:1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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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구린데.” “브랜드가 처져.” 품질만 좋으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열던 사람들이 이제는 디자인과 감성을 따진다. 브랜드와 이미지를 살핀다. 시장의 변화다. 하지만 경쟁사도 가만있질 않는다. 결국엔 모두가 제자리, 경쟁의 상향 평준화다. 차별화의 초점은 그래서 ‘경영철학’으로 옮겨간다. ‘공정’ ‘환경’ ‘윤리’의 개념이 구매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최근 고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많은 기업의 추락은 이런 현실을 웅변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철학의 부재가 문제인 것이다.

달라진 시장에서의 마케팅 핵심은, 그래서 ‘진정성’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부자로 만들려고 갤럭시폰을 사는 사람은 없다. 뭔가 내게 가치가 있으니 사는 거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고갱이는 단순하다. 가치 제공이다. 하지만 지금껏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까’만 고민했다. 번지가 잘못됐다. 고민의 포인트는 ‘어떻게 하면 고객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여야 한다. 그런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거다. 요컨대, 내 삶의 고객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뿌리 깊은 철학이 마케팅의 본질이다. 알량한 이론이나 얄팍한 전술로는 더는 고객의 마음을 열 수 없다.

마케팅과 함께 경영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게 리더십이다. 지금껏 수많은 CEO와 조직을 만나고 들여다보며 건져 올린 나름의 결론. 단언컨대, 조직 문화가 조직의 경쟁력이다. 조직 구성원 모두 조직의 건강한 목적 구현을 향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서로를 지지하고 신뢰하며 움직이는 문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조직에서 이런 일은 언감생심이다. ‘성과를 내면 보상을 주겠다’는 일차원적인 계약만 횡행한다. 거래형 리더십이다. 그러니 보상이 없으면 성과도 없다. 보상을 더 많이 준다는 곳이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다. 이것 하라면 이것 하고, 저것 하라면 저것 하는, 영혼 없는 노동만 반복된다.

지금껏 ‘훌륭한 리더=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란 인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목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성과’ 자체가 중요했다. 자연스레 시선은 ‘수단’으로 향한다. 이론과 지식, 기술과 전략, 생산설비와 인적 자원이란 수단으로 무장한 ‘카리스마 리더’가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속도’를 넘어 ‘방향’의 시대다. ‘전략’을 넘어 ‘철학’의 시대다. 그러니 ‘목적 없는 비즈니스’가 잘 될 리 만무하다. 기능이 뛰어난 내비게이션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면 성과는 요원하다. 같은 ‘물(수단)’을 마셔도 젖소는 ‘우유(목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독사는 ‘독(생계형 성과)’을 만들어낸다.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중요하다는, ‘목적’ 없는 ‘수단’은 위험하다는 방증이다.

지시하고 명령하고 통제하던 리더십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저런 리더라면 내 기꺼이 함께할 거야.” 리더가 지향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리더의 진정성 넘치는 도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솔선수범이 직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빚는다.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도전의 ‘과정’, 내가 정의하는 ‘경영’이다. 그 목적과 과정이 고객을 감동시키면 ‘마케팅’이 되고, 직원과 동료를 감동시키면 ‘리더십’이 된다. 그래서 마케팅과 리더십의 뿌리는 다르지 않다. ‘유진인 이후 유진지(有眞人 而後 有眞知)’라 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앎’이 있다는 뜻이다. 좋은 마케터, 좋은 리더, 좋은 경영자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경영은 ‘머리’로 배우고 익히는 ‘학습’의 대상이 아니다. ‘가슴’으로 갈고닦는 ‘수양’이자 ‘수행’이라는 의미다. 더욱 높은 시선과 보다 깊은 생각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 높이와 그 깊이에 다다르지 못하면 과거의 답습이 반복될 뿐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 고객과 직원의 마음을 잡으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의 일과 삶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 줄 것인가’. 그 대답이 경영혁신의 출발점이다.

열린비즈랩 대표·‘그래서 캐주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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