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연제구 남구 북구 등 부산의 4개 구청이 쓰레기 종량제 봉툿값을 이달부터 10~30% 낮췄다. 2012년 강서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시내 14개 구청이 봉툿값 단일화에 합의한 지 7년 만이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10ℓ봉투의 경우 동래구는 현행대로 430원이지만 이웃한 연제구는 390원이 되는 식이다. 배출자 부담 원칙의 훼손,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봉투 사재기 등 부작용 우려로 환경단체는 물론 부산시도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선은 봉툿값 인하의 찬반을 떠나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게 된 근본 취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종량제는 매립장이나 소각장 용량이 포화에 이르자 정해진 봉투에만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쓰레기양을 줄이고자 1995년 도입됐다. 현재 부산의 봉툿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곤 하나 고지대가 많은 도시적 특성으로 쓰레기 수거와 처리에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작년 관련 연구에서 부산의 봉투 가격이 오히려 적정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봉툿값을 내려봤자 세대당 경감 액수는 1년 통털어 2000~6000원이다. ‘서민 경제 부담 완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런 선심성 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 예상액은 구청당 연간 3억~7억 원에 이른다. 재정 자립도가 15~30%에 불과한 기초지자체 단위에선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안 그래도 국·시비에 매칭되는 각종 복지비용 때문에 구·군의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마당이다. 폐기물 감축이라는 제도의 틀을 훼손하고 실질적인 주민 혜택도 별로 없는 이런 제 살 깎기 정책에 일부 구청이 목을 매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쓰레기 정책은 많이 버리는 사람에게 돈을 많이 물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그게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환경오염도 줄이는 길이다. 그렇게 충분히 확보된 폐기물 처리 예산으로 구석진 곳까지 질 높은 청소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연간 몇 천 원에 불과한 봉툿값 인하보다 주민들의 구정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