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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경계 실패의 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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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빙하와 충돌하기 전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뱃머리의 높은 망루에 올라 있는 두 선원이 발 아래쪽을 보며 잡담을 나누는 모습이다. 만일의 장애물체를 신속 발견해 대처하려면 철저한 전방감시가 생명인데 이들은 엉뚱한 곳에 정신이 팔렸다. 그런 후 빙하를 목격하고 비상종을 울려댔지만, 타이타닉호는 옆면이 빙하에 부딪치며 결국 가라앉고 말았다. 비록 영화 속 장면이지만, 경계근무 태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맥아더 장군의 부대가 1941년 필리핀에 주둔 중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퇴각했던 것도 경계 소홀 때문이라고 한다. ‘전투에 진 것은 용서받을 수 있으나 경계에 실패한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그의 명언이 나온 배경이다. 3년 뒤 필리핀에 상륙해 그곳을 다시 탈환했지만, 맥아더에게는 뼈아픈 경험이었을 터다. 군에서 경계(警戒)는 적의 기습이나 예기치 못한 침입을 막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지키는 행위다. 아군의 전투력을 보존하고 부대 안전을 꾀하는 것이니 목숨과도 같다. 신병뿐 아니라 군 장병에게 경계근무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맥아더의 그 말이 감초처럼 인용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 군의 경계망에 구멍이 뚫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1998년 6월에는 강원도 속초 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잠수정이 어망에 걸려 표류하다 발각됐고, 그 20일 뒤에는 무장간첩 시신을 시민이 발견했다. 근년에도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의 일명 ‘노크 귀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그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우리 측 초소의 문을 두드린 것이니, 경계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 사건 후 군 당국은 관련 지휘관들을 문책하고 경계시스템 전반에 대한 보강책을 내놨다.

이번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은 과거 전철을 되풀이하는 듯하다. 정부가 그제 합동조사 결과 발표에서 경계 실패를 새삼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한다니 말이다. 목선이 북방한계선을 통과해 삼척항 안에 도달할 때까지 57시간 동안이나 아무런 제지가 없었으니 ‘경계 참사’ 수준이다. 더욱이 현장 출동과 상황 전파가 지연됐고,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나올 만큼 청와대 안보실 등의 대응도 부실하고 안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과 직결되는 군의 경계와 사후 대응이 이렇게 허술해서는 국민적 신뢰를 받기 어렵다.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엄중 문책’ ‘재발 방지’ 운운하는 것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경계 실패의 과오가 더는 나오지 않으려면, 아무래도 환골탈태하는 수밖에 없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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