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탁구협회는 유승민 IOC 선수위원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선거규정에 따라 진행됐는데, 무작위로 19세 이상의 선수 및 지도자 그리고 17개 광역시·도 탁구협회의 회장과 이사 등 총 200여 명의 엘리트 탁구인과 생활체육 탁구인이 투표했다.

유 위원과 탁구계 선배인 윤길중 전 여자탁구 국가대표 감독이 후보로 등록했고, 결과는 138 대 39표로 유 위원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유 위원이 처음에 후보등록을 했을 때 탁구계의 많은 선배는 조금 더 연배가 있는 윤 전 감독이 협회를 이끌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유 위원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탁구 발전을 위한 추진력과 행정력을 지켜봐 왔던 한 사람으로서 그가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유 회장 체제의 출범으로 한국 탁구계에도 ‘젊은 피’가 수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지도자와 열정을 지닌 새로운 사람들이 탁구계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한국 탁구는 너무 오랫동안 침체돼 있었음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이로 말미암아 스타를 갈구하는 요즘의 시대에 걸맞은 신인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고 성적 역시 침체기를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유승민 신임 회장의 등장과 발을 맞춰 새로운 유망주들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의 막내 안재현(삼성생명)이 내로라하는 톱랭커를 물리치고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하는 성적을 거뒀다. 또 오는 9월 개최되는 아시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는 이제 중학교 3학년인 신유빈(청명중)이 쟁쟁한 실업팀 선배를 잇달아 물리치고 대표선수로 선발되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신유빈은 탁구 대표팀에서 최연소 국가대표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지난해에는 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고교 1학년이었던 조대성(대광고)이 실업팀 선수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또 신유빈과 조를 이룬 혼합복식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는 ‘깜짝 성적’을 내기도 했다. 실로 모처럼 등장한 어린 ‘탁구 천재’에 관해 많은 탁구인이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변이 열악한 한국 탁구는 외국처럼 ‘차고 넘치는’ 선수층에서 유망주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10년에 한두 명의 스타 선수가 튀어올라 탁구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일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코리아오픈 탁구대회가 시작됐다. 디펜딩 챔피언인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을 비롯해 안재현 조대성 신유빈 등 국내 톱랭커와 유망주들이 출전했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정영식(미래에셋대우)과 이상수(삼성생명) 그리고 여자부에서는 국가대표 맏언니인 서효원(한국마사회)을 비롯해 전지희(포스코에너지) 등이 참가해 중국 및 일본 등 세계 톱랭커와 대결을 펼친다.

이번 대회는 내년 3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게 되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2020 도쿄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탁구계는 물론 팬들도 대회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 신임 회장의 당선 이후 첫 국제대회 개최에 맞춰 대거 등장한 신인 선수들 덕분에 한국 탁구의 미래가 밝아지고 있다는 데 대해 벌써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다. 코리아오픈 대회에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기를 기대하고 당부 드린다.

아울러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욱 향상되어 내년에 열리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전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응원한다.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