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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고무줄 형량과 괘씸죄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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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7-03 19:27:22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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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서 양형은 재판에 회부된 사람(피고인)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소송의 결과물로써 해당 재판을 맡은 판사가 법에 근거해 양심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다만, 판사도 사람인지라 판사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이 재판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양형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운명이 갈리기도 한다.

하늘 아래 똑같은 사건은 없기 마련이지만, 일견 유사한 사건에 있어 재판을 맡는 판사가 누구인지에 따라 양형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이른바 ‘고무줄 형량’의 문제점은 당연히 재판의 공정성, 형평성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이는 사법부의 신뢰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판사에게 양형에 재량을 부여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통일된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데 법에 정해진 형량(법정형)은 여러 가지 사안을 아우르기 위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편이기 때문에 판사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를 들어,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때 판사는 피고인에게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신미약 인정이나 작량감경 등을 통하여 징역 3년 이하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고무줄 형량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법원조직법은 2007년 1월 26일 대법원 산하에 양형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로써 법원이 형을 정할 때 국민의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양형위원회는 살인범죄, 뇌물범죄, 성범죄에서부터 명예훼손범죄, 유사수신행위법위반범죄, 전자금융거래법위반범죄에 이르기까지 각종 범죄에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해 판사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적정 기준을 만들었다.

자세한 범죄별 양형기준은 양형위원회 홈페이지(www.scourt.go.kr/sc/krsc/main/Main.wo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형위원회는 범죄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유형별로 기본 감경 가중의 형량범위를 정해두고, 해당 사안에 있어 감경요소와 가중요소의 유무를 따져 최종형량을 결정하는 데 참조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고유정 사건을 예로 들 때, 이를 양형기준상 보통동기살인이라고 본다면, 살인죄의 법정형은 5년 이상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임에도 양형기준상 기본형량이 징역 10~16년이고, 여기에 계획적 살인 범행, 사체 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 없음, 사체유기 등 가중요소 고려 시 가중형량인 징역 15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이 최종 양형기준이 된다.

이러한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양형을 할 때에는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하는 것으로, 기준을 벗어나는 형벌을 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대법원 2010도7410 판결 등 참조).

하지만 헌법 제103조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는 이상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 역시 어디까지나 ‘기준’에 불과하여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즉, 판사가 법정형만 어기지 않는다면, 양형기준을 벗어나 선고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아가 실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무죄’를 다투다가 이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보아 양형에 있어 큰 불이익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소위 괘씸죄의 경우는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은 전형적인 예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고인이 무죄를 다투었다고 하여 양형에 불이익을 준다면,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무죄를 다투는 것이 아닌 이상,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반성 없음을 단정하고 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주는 법원의 관행은 개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변호사·법무법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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