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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소신 시도 그리고 선점 /장제국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의 덕목

사회 전반 눈치보기 만연,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02 19:08:45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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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지난달 20일 일본 시즈오카현 가와가츠 헤이타 (川勝平太) 지사의 초청으로 ‘2019 조선통신사 기념 다도회’에 참석했다. 시즈오카현은 매년 이날이 되면 다도회를 개최한다. 1607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를 방문하고 귀국길에 오른 조선통신사를 시즈오카로 초청해 정성스럽게 연회를 베푼 날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조선통신사의 거처이기도 했던 세이켄지(淸見寺)에서 개최된 행사는 일본 다도 명문 우라센케이(裏千家) 전통을 따라 격식 있게 치러졌다.

가와가츠 지사는 학자 출신으로 한국고대사에 조예가 깊은 분이다. 특히 백제와 일본의 관계에 대해 꿰뚫고 있고,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좌중을 내내 압도했다. 또한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2017년에 유네스코 (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대해 크게 자랑스러워했고, 기록물에 대해서도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악화 일로에 있는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사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사의 한일우호에 대한 확고한 개인적 신념에 기인했다. 실제로 다도회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이런 시기에 한국 사람을 초청해서 무슨 다도회냐”라는 비난성 댓글이 쏟아졌지만, 지사는 이런 때일수록 문화교류, 인적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진행했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이지만, ‘소신’이 용기로 이어진 것이다.

사례 2. 발트해 연안국가인 에스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행정 디지털국가로 유명하다. 2년 전 에스토니아를 방문했을 때 상상을 뛰어넘는 디지털기술의 창의적 활용에 놀란 적이 있다. 개인정보 악용과 위조 방지에 취약한 인터넷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률적, 기술적 장치를 최우선으로 마련했다.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투표 기간 중이라면 이미 투표를 했다 하더라도 이전의 투표는 취소하고 재투표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 해외 128개국에 사는 에스토니아 동포들이 손쉽게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에스토니아는 또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e-레지던시 카드(전자 거주증) 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 살든지 e-레지던시 카드를 발급받기만 하면 에스토니아 국내에 자유롭게 회사를 설립·운영할 수 있고 은행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일원인 에스토니아이다 보니 회사를 손 쉽게 설립하려는 기업인으로 붐비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세계 최고 디지털 국가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사례 3. 얼굴인식 기술을 보유한 국가 중 중국을 으뜸으로 꼽는다. 우리나라가 모든 성인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듯, 중국은 모든 국민의 안면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작년 방문한 중국 항저우 소재 알리바바 본사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의 상용화와 선점화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도 없이 상점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나오면 안면인식으로 자동 계산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었다. 이는 아마존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간편 결재 시스템을 도입한 ‘아마존 고’ 마트보다 진일보한 형태이다.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지만, 중국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새로운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의 미중 무역마찰은 4차 산업혁명시대 중국의 선점을 막으려는 미국의 사전 견제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 점을 볼 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로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 세 가지 사례가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무슨 일을 하든 소신이 있어야 한다. 소신이란 객기가 아닌 깊은 지식과 넓은 시야에 기초한 고민의 산물이다. 소신이 있어야 어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소신이 바탕이 될 때, 흩어져 있는 유용 자원을 적극 엮고 활용하여 과감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에는 반드시 반대가 따르지만, 굳은 소신은 과감한 시도를 멈추지 않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남이 하지 않는 과감한 시도를 할 때 비로소 시장에서의 선점이 가능하다. 선점이 가져다 주는 이익은 실로 막대하다.

소신, 시도, 선점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소신보다는 눈치가, 미래지향적 시도 보다는 과거에 안주하려는 분위기가 판을 치고있다. 그러니 새로운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거두는 일이 ‘그림의 떡’이 된 지 오래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동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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