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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BIFF 외압 사태’ 백서 출간에 즈음하여 /정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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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7-02 19:10: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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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外壓)과 사유(思惟), 전혀 분야가 다른 말이다. 요즘 머릿속에서 엉겨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두 단어이다. 외압은 무서운 현기증 같은 현상이고 사유는 나의 내부를 맴돌며 그 깊이를 강요한다. 철학적이다. 외압을 느끼면 제대로 사유할 수가 없다. 자유롭게 사유할 수 없으니 마음 놓고 뜻을 펼칠 수도 없고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없다. 올바른 사유의 힘으로 부당한 외압을 견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장마인가 보다. 컴컴하다. 아홉 개의 창밖에서 비가 내린다. 사자후처럼 들려오는 천둥소리. 느꼈다. 자연은 외압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연은 사유에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외압은 권력이다. 권력의 주체는 얼굴과 표정을 가진 살아있는 너와 나, 사람이다. 외압이 다가오면 혈압은 상승한다. 심장이 부풀어 빵 터질 수도 있겠다. 외압은 등 뒤의 칼날이고 총구이며 산 너머에서 몰려오는 하이에나 떼다.

외압을 무게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그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외압이 거느리고 있는 개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 외압의 개체 수가 많을수록 부패한다는 정설이 있다. 그 개체 수가 다수일수록 외압 행사는 효과적이다. 구석구석 ‘비선-개미’들을 심어 두고 일일이 뒤지거나 뒤집어 업거나 후벼 파거나 도려낸다. 밑바닥까지 털어낸다. 기린의 발목이 잘릴 때까지 갉아먹는다.

외압을 외압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있었다. 외압은 과거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었다. 외압이 들이닥치면 대부분은 굴복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 외압을 외압이라고 말한 인물이 있어서 놀랐다. 지금 그 외압의 주체들은 적폐가 되었다. 부당한 외압은 외압을 받는 당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룩한 지역사회의 문화를 말살하는 지극히 야만적인 행위이다.

‘다이빙벨’ 상영 금지 ‘BIFF 외압 사태’ 정리·기록 백서 출간이라는 기사를 접한다. 짤막한 기사였지만 눈길이 확 쏠렸다. 1부 BIFF 외압 사태 개요, 2부 외압 사태의 전개, 3부 인터뷰를 통해 본 부산국제영화제(BIFF) 외압 사태로 구성돼 있다. 565쪽으로 꽤 많은 분량이다. 진실의 무게감을 느낀다.

지난달 20일 자 데스크시각에서는 ‘화려한’ 기생충, ‘공허한’ 영화도시 부산에 대해서 언급한다. 역시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사태로 빚어진 갈등이 몇 년 동안 계속되면서 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을 바라보는 시선에 먹구름이 생겼고, 칸·베니스·베를린영화제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간 부산을 찾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국내 영화인의 발길도 줄어들어 분위기는 썰렁하다. 문화 전성시대를 예고했던 부산시에도 그 기대와는 달리 실망한 눈치다.

비가 잠시 그쳤나 보다. 두어 달 전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동료들과 함께 경남 하동에 갔었다. 이른바 고사리 특공대. 내 인생에 고사리를 캐러 가는 날이 올 줄이야. 송사리만큼 잽싼 손놀림으로 고사리를 딴다면 모를까. 수확량이 그만큼 줄어들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두 시간 반을 달려와 점심을 대접받고, 손목을 상해가며 손수 온몸을 바쳐 마련한 햇차를 속절도 없이 잘도 마셔댔다.

하동군 화개골 고서 박물관 목압서사(木鴨書舍), 평생 움켜쥐었던 펜 대신 낫으로 뒷짐 진 목압 선생님 뒤를 따라 뒷산을 올랐다. 차츰 빗줄기가 약해졌다. 마침내 프레스코 벽화가 복원되듯 안개가 걷히고 파란 원색의 하늘이 드러난다. 아! 깨닫고 뭐고 할 필요가 없다. 길게 내쉰 한숨조차 푸르다.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한가. 벌써, 모두 고사리 삼매에 빠져든 것이었다. 고사리순을 처음 만져 보았다. 광어인지 도다리인지 엄나무인지 두릅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인간이었다.
고사리 꺾기와 두릅 따기도 일종의 외압이라면 외압. 고만고만한 고사리들 고개를 빼죽이 내밀고, 한 번 더 다녀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외압을 행사한다. 아름다운 외압이었다. 사랑스러운 나의 비선 실세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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