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산에서 취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오래전에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산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높은 산에서 밥을 지을 때면 큼지막한 돌을 냄비 위에 올렸던 기억이 있다. 왜 냄비 위에 돌을 올려놓고 밥을 지었을까. 지구 상의 모든 물질은 대기압, 즉 공기의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산에 오르면 고도가 높아지고 대기압이 낮아져 물의 끓는점이 100도보다 낮아진다. 우리 눈에는 물이 펄펄 끓는 것처럼 보이지만 온도계로 측정하면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게 되고 이 때문에 밥은 설익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고 냄비 뚜껑 위에 돌을 올리면 압력이 높아져 100도에서 물이 끓게 되어 맛있는 밥이 되는 것이다.
고체인 얼음을 액체인 물과 기체인 수증기로 바꾸려면 높은 열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높은 열을 공급하지 않고도 액체를 기체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산에서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압이 점점 낮아져서 물의 끓는점이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압력을 진공 상태까지 낮추게 되면 상온에서도 액체를 기체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수증기를 가압하면 상온에서도 액체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가압을 통하여 가스로 존재하는 것을 액체 상태로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이 LPG나 LNG 운송에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열역학 전공서적에 제일 먼저 나오는 기본 이론이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기술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근 우리는 가스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비장애인도 LPG 연료 자동차를 살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되었고, LNG는 도시가스나 복합화력발전소 및 선박의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용량도 큰 폭으로 증가되어 LNG를 운송하는 선박의 발주가 늘고 있다. 또 수소자동차의 상용화와 함께 수소경제 시대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수소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이며, 연소되더라도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연료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울산·여수 화학단지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연료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연료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의 기초기술은 확보한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조선해양산업의 주인공이 될 절호의 기회임을 의미한다. LNG 운반선은 기체-액체의 상변화를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영하 162도의 상태에서 냉각하여 액화시킨 뒤 부피를 1/600로 압축하여 액체 상태로 LNG를 운송하기 때문에 화물창 기술이 중요하다.
수소는 끓는점이 영하 253도, 녹는점이 영하 259도이므로 가압하면 액상으로 변화하여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장 용기의 용접 부위로 수소가 누설되어 폭발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현재는 기체 상태로 운송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선박으로 수소를 수송하려면 액체 상태로 운반할 수 있는 수소 액상 화물창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박을 이른 시일 내에 건조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따라서 원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해외 기술을 도입하여 많은 선박을 건조하는 것을 우선시하였다. 물론 해외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여 건조 기술을 축적하였으므로 일본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었고, 현재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생산 단가가 상승하는 최근에는 LNG 화물창 등의 기술료가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보급 확대 등 전 주기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고, 특히 선박에 수소를 적재하여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은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1994년 대한민국 1호 LNG 운반선 건조 이후 20년이 지난 후 LNG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이젠 대한민국 조선해양 수소 시대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조선해양산업 관계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과거 조선해양산업 불황기에 LNG 운반선 기술로 어려움을 헤쳐 나왔듯이, 20년 후 수소 운반선이 지금의 LNG 운반선과 함께 우리 조선해양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항만과 선박을 이용하여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고 운송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전기추진선을 건조하여 개발된 기술의 연계 실증 시험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과거 LNG 운반선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수소 시대에는 반복하지 않도록 조선해양산업 관계자의 상호 기술협력을 통하여 전 세계 수소경제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