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바람둥이 화가의 영원한 사랑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02 19:10:02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궁전은 1년 내내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황금색 옷을 입은 연인이 꽃이 만발한 언덕 위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키스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입술이 아닌 볼에 입을 맞추고, 여자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극도의 관능적인 그림으로 악명 높았던 클림트. 그런데 이 그림만큼은 범속함을 넘어 사랑의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도대체 그림 속 모델이 누구기에 이런 명작을 탄생시켰을까?

클림트 ‘키스, 1907-08’의 일부.
이견은 있지만 화가 자신과 그의 평생 연인이었던 에밀리 플뢰게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의 전설적 화가였던 클림트는 황금빛의 화려하고 관능적인 그림으로 최고의 명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악명도 높았다. 평생 독신이었지만 수많은 뮤즈가 있었고, 모델과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오직 한 사람, 플뢰게뿐이었다. 이 그림에서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평생 의지하고 사랑했지만 끝내 부부로 맺어지진 않았다.

서로 그토록 갈구했으면서 왜 결혼은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클림트는 플뢰게를 가족처럼 여겼기에 결혼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사돈지간으로, 그녀는 클림트 동생 에른스트의 처제였다. 동생이 젊은 나이에 죽자, 제수와 조카를 부양하게 된 클림트는 플뢰게와 자연스럽게 한 가족처럼 더욱 가까워졌다.

클림트는 많은 여인과 정을 통했지만 플뢰게와는 30년 이상 수백 통의 서신을 서로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눴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부터 작업에 대한 것까지 모든 문제를 그녀와 나누고 조언을 구했다.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고,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입었지만 결코 육체적인 관계는 맺지 않았다. 클림트 사망 후 14건의 친자확인 소송이 벌어졌을 때, 유언 집행자로서 클림트 작품 일부를 처분해 사생아들의 양육비로 나눠준 것도 바로 플뢰게였다.

물론 두 사람은 플뢰게가 원치 않아서 결혼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그녀 역시 빈의 유명 인사로, 자신의 의상실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 능력도 있었다. 바람둥이 예술가의 부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전문직 여성의 삶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니면 클림트의 몸은 다른 여성들과 나누고 그의 정신만 온전히 소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클림트는 1918년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도 플뢰게를 가장 먼저 찾았다. 그 후 일어서지 못한 세기의 거장은 평생의 연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5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그녀 역시 클림트를 추억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1952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은 비록 이승에서 완전한 결합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 그림 속에선 변치 않는 황금처럼 영원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키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거장의 삶과 예술, 사랑이 모두 담긴 결정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주말 동안 강풍예고…"안전사고 유의해야"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5명
  3. 3부산 국민의힘 공동선대본부 출범
  4. 4정익진의 무비셰프 <10> 이자벨 아자니
  5. 5미국 2월 일자리 38만개↑…고용시장 회복 '가속화'
  6. 6이낙연, 첫 예능 출연해 아이들과 소통
  7. 7백신 이상 반응 1300여 건 늘어…추가 사망자는 0
  8. 86일 신규 확진자 418명…"여전히 살얼음판"
  9. 9부산시장 보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최종 확정
  10. 10미얀마 군부 사건 조작 위해 시신 도굴까지
  1. 1부산 국민의힘 공동선대본부 출범
  2. 2이낙연, 첫 예능 출연해 아이들과 소통
  3. 3부산시장 보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최종 확정
  4. 4경부선 지하화 국가사업 된다…월드엑스포 전 완공될 듯
  5. 5박성훈 ‘신인 돌풍’ 2위 저력, 이언주는 단일화로 마이너스
  6. 6“난 시민이 원한 합리적 지도자…정권교체 발판 될 것”
  7. 7김영춘은 야당 때리기, 변성완·박인영은 당원결집 목청
  8. 8김영춘 본선 직행이냐, 결선투표냐…변성완 뒷심 관건
  9. 9후보단일화·네거티브에도 굳건했던 박형준 독주
  10. 10신임 민정수석 김진국
  1. 14배로 끌어올린 사업속도…난개발 없는 해양문화 거점 고민
  2. 2부산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약보합세
  3. 3쿠팡처럼…앞으론 택배 이틀 안에 받는다
  4. 4다시 돌아온 골프 시즌…유통가 ‘골린이’용품 봄 대전 티샷
  5. 5연금 복권 720 제44회
  6. 6“가덕신공항, 부산경제 도약 마중물 될 것”
  7. 7가전 매장에 놀이터·체험존 넣었더니 매출 배 이상 ‘껑충’
  8. 8부산상의 의원 출마자 “사무처, 선거 공정하게 관리해야”
  9. 9동부산 이케아, 글로벌 친환경 빌딩 인증
  10. 10[브리핑] 부산 남구 등 스마트솔루션 사업
  1. 1부산 주말 동안 강풍예고…"안전사고 유의해야"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5명
  3. 3백신 이상 반응 1300여 건 늘어…추가 사망자는 0
  4. 46일 신규 확진자 418명…"여전히 살얼음판"
  5. 5오는 9일부터 새 감염병예방법 시행...위반시 가중처벌
  6. 6금융기관 사칭해 스마트폰 4만 대 해킹 포착...보완 관리 만전 기해야
  7. 7‘수정아파트’ 정체불명 재개발 추진위도 등장…피해주의보
  8. 8양산 물금역 KTX 정차 이번엔 성사되나
  9. 9부산대 개학하자마자 ‘코로나 홍역’…학사일정 혼선
  10. 10사상구 오피스텔 화재로 주민 대피 소동…의류 전기건조기에서 화재
  1. 1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2. 2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7>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3. 3‘고수를 찾아서 2’ 부산 유일 국궁 9단 명궁 장오현
  4. 4교체 출전 황희찬 6개월 만에 골 맛
  5. 5김광현 첫 시범경기 4실점 부진
  6. 6박세웅 150㎞ 직구·나승엽 안타…롯데 첫 단추 잘 뀄다
  7. 7호날두 12시즌 연속 정규리그 20골 고지
  8. 8도쿄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국가대표 우선 접종 추진
  9. 9부산시체육회 강영서 국제스키연맹 회전 부문 준우승
  10. 10“득점 과정 중시하는 감독님, 이겼는데 꾸짖어 많이 배워”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MICE, ‘사회적 가치’로의 진화 /이태식
세계선도국가로 가는 키워드 ‘지방분권’ /김우룡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리안 허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윤석열 총장 사퇴…소모적 갈등 더는 이어지지 않길
백신 접종 과도한 불안 없도록 치밀하게 대처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