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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꿈이 삶 돼야지, 삶이 꿈 되면 안 되는 것을 /배길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30 19:22:2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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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소설집의 리뷰를 쓰던 중 생긴 일이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도중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 관절이 번개 치듯 번쩍거리며 찌릿한 통증을 전해왔다. 깜짝 놀라 오른손을 드니 새끼손가락이 접히지 않는다. 겁도 났지만 손가락이 이 지경이 된 일련의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필 리뷰를 쓰던 소설 주인공의 성격과 삶이 필자와 닮았단 생각을 하던 차여서 더욱더 그런지도 몰랐다. 소설 리뷰에는 주인공의 삶을 이렇게 썼다. ‘잠시 희망을 찾더라도 결국 사회의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 정처 없이 헤매는 그의 인생’.

그런데 문제는 소설이 아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의 삶이 저렇게 다이내믹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건 살짝 곤란하다는 말씀.

사실 필자의 성격도 불뚝 성질이다 보니 삶도 항상 소설 인물과 같은 식이어서 제 성격을 가누지 못하고 삶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곤 했다. 마지막이다 싶더라도 또 다른 선택이 다가오는 삶…. 특히 최근의 삶은 더욱더 그러해서 직업이 100개가 넘었었다는 작가 마크 트웨인을 간간이 떠올릴 정도이니….

지난 1년간의 삶이 64배속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 편의점 카운터에서 목을 딴다는 소리를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개월이 훌쩍 지났다. 좁은 카운터에서 편의점 일을 하며 노트북으로 소설집, 산문집 교정과 단편소설, 칼럼, 리뷰, 대담 녹취 편집 등을 뚝딱거렸으니….

하지만 편의점뿐이랴? 집의 서재에서 다시 시작했던 공부방의 광고를 붙인다고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렸던 일, 강의시간에 피곤함에 절어 학생과 스승이 같이 졸았던 일, 두 잡지의 편집위원을 맡아 어느 쪽 소설인지도 헷갈리며 교정을 보던 일, 도서관 강의에 수강생 출석이 저조하다고 했더니 어머니 장인 이모 외삼촌 조카 등 친·인척이 총출동했던 일…. 웃으면 안 되는데 웃음이 튀어나오는 촌극이 한두 번이었던가?

필자의 손가락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앞이 캄캄했지만 더 캄캄해졌던 소설가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선택이 있었으니….

“마트에 입점한 족발 가게에서 누나랑 매형이 일해보실 수 있어요? 수수료 빼고 모두 순이익은….”

필자는 분명히 거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히….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족발을 썰어 가지런히 세팅하고, 순대에 염통은 얼마 못 드린다며 흥정하고 있는 자아를 발견했다는 사실.

소설 얘기로 시작하더니 이게 무슨 넋두리야? 라는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필자인들 이 칼럼의 방향이 이렇게 흘러갈지 예상했겠는가?

얼마 전 필자는 최근 발표했던 소설집으로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진행했다. 아침에 족발 순대를 썰다 집에서 목욕재계하고는 자리에 앉아 뭔가 열심히 떠들었지만 문득 드는 생각.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소설가로서 현재의 삶은 도리어 자랑스럽고 다시 한번 기특한 것이 사실. 심지어 그토록 끌렸던 마크 트웨인 형님의 삶과 닮아가고 있지 않은가. 리뷰에 썼던 말을 옮겨 볼까 한다.

‘노동이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그 자체의 생산성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천박하게 여기지 않고 하나의 창조과정, 즉 신의 영역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인간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형이상학적이지 않고 오히려 형이하학적일수록 그 가치가 빛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명한 꿈이 있는 가운데 일상이 하나하나 모인 삶은 꿈을 향해 다가가는 버팀목이자 계단이다. 친우 하나가 술자리에서 진심 어린 충고를 던졌다. “소설이 삶이 돼야지, 삶이 소설이 되어선 안 돼.”

선문답 같은 말이었지만 매일같이 가슴을 찔러오는 말이다. 꿈을 향한 삶의 자세와 이루어야 할 목표인 꿈은 분명 다른 것…. 토요일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마쳤고, 지금 이 글을 쓰고는 마트로 달려가야 하는 필자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창밖의 비가 더욱 굵어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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