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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조중(朝中) 친선’과 한반도 비핵화의 역설 /차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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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24 19:28:1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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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 21일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2005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네 차례 중국 방문에 이어 답방 형식으로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되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 때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와 ‘조중 친선’ ‘우의(友誼)’가 강조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됐다. 방북 직전 시 주석 글의 ‘로동신문’ 게재, 25만 평양 시민의 가두 환영, 금수산 태양궁전의 환영식,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총출동, 능라도 5·1체육관의 ‘불패의 사회주의’ 대집단체조 관람, 신축한 금수산 영빈관 제공, 우의탑 참배 등 모든 일정이 그러했다.

시 주석은 이번 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중요한 무역 담판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의 방북을 전후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교환도 이루어졌다. 시 주석의 방북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했으며, 방북 직후 23일 조선중앙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김 위원장이 읽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친서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 전하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시 주석의 방북과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본다. 시 주석의 방북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북미 양국은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인내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 측에 셈법 전환을 요구해 왔고, 지난 4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의 협상력을 제고하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로동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의사소통과 대화, 조율과 협조를 강화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두 나라 발전상 요구와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된다’고 천명해 북한을 지지하였다.

오는 29, 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비핵화 문제를 조율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이미 미 국무부는 북미 간 실무급 대화 의지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협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차관급으로 격상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곧 서울에 오고, 판문점에서 협상 파트너가 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실무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타결하지 못한 두 가지 쟁점이 역시 이번에도 쟁점이 될 것이다. 소위 북미 상호 간 합의하는 ‘영변 핵시설’의 정의 문제와 ‘영변+α’가 그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해결하는 묘수를 만드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빅딜 문서에서 포함되었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일본 외교력의 성과로 보이는)를 제외하고, 9·19 공동성명과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충족시키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로 북한을 설득시켜야 한다. 미국 역시 북한에 거래물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전쟁의 종식을 담은 종전선언과 양국의 정상국가화 과정의 일환으로 연락사무소 설치 등과 함께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협의 유엔 제재 해제 조치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 입장에서 북미 간 중요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이뤄졌던 북중 정상회담이 효과적이었냐는 점이다. 여기에 ‘조중 친선’의 역설이 존재한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은 양자 간 직접적인 신뢰 구축이 오히려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신뢰 구축이 아닌 거래의 셈법으로 늘 중국을 끌어들인 것이 김 위원장의 자충수가 아니기를 바란다. 이제 남·북·미 테이블이 남·북·미·중 테이블로 전환됐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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