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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몰래 녹음’ 때론 합법, 때론 불법 /이일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9 19:40:25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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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험담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 동료 직원들이 모여서 수군거리다가 날 보면 대화를 멈추고 흩어진다. 저 사람이 의심스럽다. 험담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물증이 없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몰래 녹음을 하는 것이다. 고성능 녹음기를 온라인에서 구입했다. 작은 가방 안에 녹음기를 숨겨 넣고 녹음 버튼을 누른 후 외출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쏟아졌다. 조금 놀란 것은 예상과 달리 뒷담화를 한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람이었다. 실제로 있었던 사례이다.

우리가 몰래 녹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내 험담을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거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통화를 하는 경우 습관적으로 녹음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수사나 재판 등 법적 분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자가 강자의 비위사실을 폭로하는 등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도 있다. 반면에 부작용도 있다. 몰래 녹음은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해 초소형 녹음기의 발달로 몰래 한 녹음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화를 몰래 녹음해도 괜찮을까?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하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처벌된다. 먼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몰래 녹음은 처벌받지 않는다.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이 교수의 동의를 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녹취해도 된다. 그렇다면 공개로 진행되는 법정에서 재판 내용을 몰래 녹음할 수 있을까? 법정 녹음은 금지되어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대화자 사이의 녹음은 허용되지만, 제3자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거래처 대표와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영업 노하우를 그대로 녹음해도 무방하다. 그것은 ‘자기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기 때문이다. 녹음을 한 사람이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라면 몰래 녹음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택시 기사가 승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사례가 있었다. 택시 기사는 몰래 녹음을 했지만 승객과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였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했다면 처벌을 받는다.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찾기 위해 차량이나 집 안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배우자와 상대방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경우이다.

보모가 생후 10개월 아기에게 욕설하는 내용을 어머니가 몰래 녹음한 사례도 있었다. 어머니는 보모와 아기의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일까? 항소심은 생후 10개월 아기는 아직 언어 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아 보모가 하는 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보모와 대화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보모가 아기에게 한 욕설을 녹음한 것은 온전한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때 옷이나 가방에 초소형 녹음기를 몰래 넣어둔다고 한다. 녹음기의 형태도 몸에 부착할 수 있는 배지 형태의 녹음기와 목걸이형, 열쇠 고리형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대화자끼리의 몰래 녹음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대화자 간 몰래 녹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민사책임은 질 수 있다. 상대방의 음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그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재생·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몰래 녹음을 하면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도 누군가 은밀하게 대화를 녹음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상대방이 하는 말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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