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산인들 사람이 마냥 반가울까 /이진규

  • 국제신문
  • 전문기자
  •  |  입력 : 2019-06-12 19:31:56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22일 에베레스트 정상 직전의 능선 모습을 전한 한 장의 사진은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사진에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산악인이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힐러리 스텝 전후로 빈틈없이 줄을 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담겼다. 1980년대 후반 상업등반대가 일반화하며 80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치르고 ‘인생의 트로피’를 하나 더하려고 세계 최고봉에 서려는 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까지 에베레스트를 13회 오른 켄턴 쿨은 에베레스트 초등 원정대의 일원이자 에드먼드 힐러리의 동료였던 조지 로우가 펴낸 책 ‘에베레스트 정복’에 실린 ‘오늘날의 거벽’이란 기고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서커스장과 같다”고 꼬집었다. ‘초고속 인터넷에, 빵집에, 심지어는 위스키를 시음하는 텐트’가 그가 본 모습이다. 그는 ‘세계의 최고봉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스스로 오르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꿈꾸는 곳’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엄청난 도움을 받으며 정상에 이끌려 올라간다고 해서 순식간에 대단한 등산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아마추어 등반가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난달 에베레스트에는 하루에 최고 300명 이상이 정상으로 몰리면서 병목현상으로 등정이 지체되며 일주일 동안 10명이 넘는 산악인이 목숨을 잃었다. 1986년 네팔 정부가 에베레스트 등반 제한을 없애면서 상업등반대가 초보자에 가까운 등산가들을 정상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1996년 14팀 240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하루에 8명이 사망한 에베레스트 최악의 날을 맞았다. 2012년에도 39팀 600명이 에베레스트 도전에 나섰는데 이때도 병목현상으로 등정이 지체되며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베레스트 산업’이 성행하며 무분별한 등정이 이뤄지자 등반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정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관광, 특히 등반 허가를 팔아 충당하는 빈국인 네팔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상업등반대의 등반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양산하며 세계적인 기후 온난화와 맞물려 환경적 재앙을 예고한다.

‘왜 산을 오르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산을 오르는 이가 몰리며 생기는 폐해는 히말라야의 고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 인구의 태반이 ‘취미가 등산’이라는 한국의 산도 수용 한도를 넘는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지난해 지리산에 330만 명, 설악산 324만 명이 찾았다. 몇몇 인기 등산로에 집중해 수백만 명이 오르내리며 밟아댄다면 어딘들 버티기 어렵다. 1993년 도입된 자연휴식년제는 국립공원 보전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찾는 이가 뜸한 코스는 막고 인파가 몰리는 곳은 제외해 국지적 자연훼손을 부추기거나 방치한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지리산의 경우 천왕봉에 인파가 몰리며 훼손이 심해지자 중산리~법계사~천왕봉, 장터목~제석봉~천왕봉 구간의 등산로를 자연휴식년제로 묶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세우는 목소리에 눌려 잦아들었다. 이 코스는 오히려 산불 예방을 위한 입산통제 시기에도 개방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칠선계곡은 자연적인 침식과 사태로 훼손되며 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됐지만 관광객과 등산객 유입을 염두에 둔 지역의 개방 목소리에 연장 대신 개방을 선택했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한라산은 탐방예약제를 도입하기로 해 대비된다. 최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오는 10~12월 백록담으로 오르는 성판악·관음사 구간에 대해 탐방예약제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남한 최고봉을 오르는 길인 데다 단풍이 아름다운 코스라 탐방예약제가 시행되면 등산객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경제도 무시 못 할 일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득만을 보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1인당 GDP가 3만3000달러에 이르는 한국이 1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빈국인 네팔처럼 등산로 개방과 보호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 아이러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명산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전문기자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8개월 째 기약없는 신공항 결론…부산시는 플랜B 준비
  2. 2윤산터널 앞 대기업 매장 도로 점령…교통지옥 부채질
  3. 3류현진, 말린스 상대 2승 도전
  4. 4기장 해수담수 ‘공업용수 활용’도 사실상 무산
  5. 5태풍 큰 피해 없었다…국지성 호우 이번 주 소강
  6. 6여야 부산시당, 시장 보선 여론전·정책대결 조기 점화
  7. 7부산 남구 전 구민에 무료 독감접종
  8. 8컨테이너 충돌 옛 삼랑진교 “이상 징후 아직 없어”
  9. 9코로나 덮친 상반기 가요계…음반시장 웃고 음원시장 울고
  10. 10오늘의 운세- 2020년 8월 11일(음력 6월 22일)
  1. 1문 대통령 “4대강 보 홍수 조절 여부 분석할 기회”
  2. 2靑수석 일부교체…정무 최재성, 민정 김종호, 시민사회 김제남
  3. 3여야 부산시당, 시장 보선 여론전·정책대결 조기 점화
  4. 4주요 당직자 공모·수해 현장 방문…PK 시도당위원장들 민심잡기 행보
  5. 5[건강365]노출의 복병 하지정맥류, 초기 대처 중요!
  6. 6김해영 ‘시장 보선’ 다크호스 될까
  7. 78개월 째 기약없는 신공항 결론…부산시는 플랜B 준비
  8. 8청와대 정무수석 최재성, 민정 김종호, 시민사회 김제남 내정
  9. 9물난리 원인 놓고 여야 공방…문 대통령 “4대강 보 기능 검증하자”
  10. 10[핫이슈클릭] 화제의 영상
  1. 1북항 홍보관 12일 개관…부산항 미래모습 한눈에
  2. 2고등어 휴어기 뒤 풍년…한 달 위판량 77% 껑충
  3. 3해양수산 국제사업 전담기관 지정 추진
  4. 4포획 금지 암컷 붉은대게 미끼로 사용한 어선 적발
  5. 5농어촌 방치된 빈집 철거 보상비 현실화
  6. 6주택연금 4년째 1만 명대 가입…모바일로도 신청 가능
  7. 7집값, 올라도 내려도 연금액 변하지 않아요
  8. 8금융·증시 동향
  9. 9주가지수- 2020년 8월 10일
  10. 10기초생활보장제 사각지대 없앤다…부양의무자 기준 순차적 폐지키로
  1. 1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1명…서울·대전 방문해
  2. 2 제5호 태풍 ‘장미’ 상륙…전국에 많은 비·최대 300㎜ 비 예보
  3. 3방역당국 “남대문 케네디상가 방문자 유증상시 검사”…재난문자 발송
  4. 4세력 약해진 태풍 ‘장미’ 부산 큰 피해 없어
  5. 5부산 기장서 차량용 승강기 탄 20대 추락 … 숨진 채 발견
  6. 6태풍 ‘장미’ 울산 부근서 소멸…이제 강한 비 쏟아진다
  7. 7태풍 장미 북상에 낙동강 일대 비상
  8. 8“제주 육상 전역 오전 8시부터 태풍주의보”
  9. 9경찰, 초량 지하차도 통제 안한 동구청 압수수색
  10. 10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28명…지역발생 17명·해외유입 11명
  1. 1류현진, 말린스 상대 2승 도전
  2. 2재미교포 대니엘 강, LPGA 2주 연속 우승
  3. 3공수 조직력 붕괴…부산 다시 하위권 추락하나
  4. 42년 차 모리카와 PGA챔피언십 트로피…김시우 13위
  5. 5우천 취소 경기만 10번…진격의 거인 “비가 야속해”
  6. 6‘고수를 찾아서2’ 부산시 검도팀 코치, 감독대행, 선수까지 대한검도회 서준배 고수
  7. 7‘메시 원더골’ 바르샤, 나폴리 꺾고 챔스 8강
  8. 8월요예선 거친 2부 투어 김성현, KPGA선수권 제패
  9. 9국내파 동생들, 해외파(LPGA·JLPGA 선수) 언니들에 2년 연속 ‘매운맛’
  10. 10사직 관중 5694명까지↑…10일 홈 8연전 예매 시작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세계유산은 희생 없이 절대 가질 수 없다
포구예찬
기고 [전체보기]
동천을 살릴 슬기로운 방법 /이용희
청바지에 관한 단상 /천윤욱
기자수첩 [전체보기]
해도 해도 너무 하는 베토벤 /권용휘
가덕신공항, 대통령이 결단할 때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누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온고지신과 뉴트로
불교의식 음악과 춤 단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형 뉴딜의 성공 조건 /이석주
담대한 도전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홍수와 소
긴 장마와 태풍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이주의 시대와 문학
손편지의 위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 관광 상품의 쓸모
기내식과 고추장
사설 [전체보기]
시도지사들도 힘 보탠 공공병원 예타 면제 요구
중기 코로나 피해 지속…대출 추가 연장 적극 검토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6·25전쟁, 끝내야 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명작이 된 습작
세계 최초의 추상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공기관 추가 이전, 희망고문 되나
불신의 벽 넘어야 할 행정수도 이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베토벤 ‘월광소나타’
6월의 뱃노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여행
비처럼 와인처럼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신윤복의 ‘저잣길’
겸재의 신비한 그림 ‘사직송’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