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을 ‘임금’이라고 한다. 직무수당, 자격수당 등 각종 수당은 물론 상여금, 복리후생비처럼 임금인지 아닌지 애매한 돈도 전부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다. 심지어 매달 정액으로 지급되는 교통비, 식비도 ‘임금’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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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한마디로 사장이 주는 돈은 웬만하면 임금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학자금이나 경조사비, 실비대로 사후 정산 받는 돈은 임금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리 정해져 있지도 않고 경영성과에 따라 줄지 안 줄지도 모르는 그런 성과급도 임금이 아니다.
어쨌든 받기로 한 돈만 받으면 되지 임금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싶겠지만, 아주 중요하다. 일단 임금은 퇴직금의 기초가 된다. 그러니까, 법대로 하면 임금에 해당하는 상여금, 교통비, 식비까지 하나도 빼먹지 말고 전부 포함해서 퇴직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잔업수당, 특근수당, 휴일근로수당도 당연히 전부 포함해서 계산한다. 회사에서 잘린 것도 억울한데 퇴직금은 제대로 줬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일하다 다쳐서 산재로 처리할 때도 휴업급여는 이 ‘임금’만을 기준으로 받게 된다. 한마디로 임금이 아닌 돈보다 임금인 돈이 크면 클수록 근로자에겐 유리하다. 그러니 어떤 해는 0원이고 어떤 해는 1000만 원인 성과급(임금이 아닌 것)보다는 고정적으로 나오는 상여금(임금인 것)으로 받는 편이 근로자에겐 훨씬 유리하다.
그뿐만 아니라 임금은 법률에 의해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달리 말하자면 임금이 아닌 돈은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어떤 보호일까?
임금은 전액을 근로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줘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일부라도 상품권이나 어음, 쌀이나 물건으로 주면 안 된다. 일하다 큰 실수를 해서 손해를 끼쳤더라도 임금을 일부라도 공제하고 줘서도 안 된다. 임금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심지어 부모에게 줘도 안 된다.
이처럼 임금을 현금이 아닌 것으로 주거나, 손해배상금 따위를 공제하고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모두 불법이다. 그러니 상여금을 느닷없이 상품권으로 바꿔주거나 심지어 쌀이나 과일로 주면 노동부에 신고하면 된다.
주기로 한 임금을 제때 안 주는 것, 임금체불도 범죄다. 그래서 임금을 체불하면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고, 신고하면 웬만한 사장은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결국 임금을 준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을 범죄로 만들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쉽게 떼이지 않도록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높은 이자도 붙는다. 원래 주기로 한 월급날을 넘기면 연 6%의 이자를 붙여줘야 한다. 퇴직한 이후에는 훨씬 높은 이자가 붙는다. 퇴직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포함한 밀린 임금을 안 주면 이자만 연 20%씩을 줘야 한다(근로기준법 제36조 및 동법 시행령 제17조).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 적금 이자도 높아봐야 5%도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사장에겐 이보다 더한 압박이 없다. 늦게 주면 늦게 줄수록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렇게 법은 근로자가 임금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이자로도 압박한다.
임금은 압류도 마음대로 안 된다. 보통 빚을 지면 임금까지 압류될까 걱정을 많이 하지만, 월 임금의 185만 원까지는 압류가 금지된다(민사집행법 제246조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아무리 빚쟁이가 압류를 하려 해도 임금에 대하여는 185만 원까지 무조건 내 손에 일단은 들어와야 한다. 그뿐인가. 회사가 망해도 임금은 받을 수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임금은 전액 정상적으로 지급되어야 하고,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임금은 다른 채권자들은 물론 심지어 정부의 세금징수보다도 먼저 받는다(근로기준법 제38조). 회사가 완전히 망해서 돈이 한 푼도 없다 하더라도 최종 3개월치 임금과 3년치 퇴직금은 국가가 대신 지급해준다. 가까운 지방노동청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부산은 연제구 부산시청 건너편(부산청), 금정구 금사동 지하철 금사역 1번 출구 안쪽(동부지청), 사상구 덕포동 덕포자유아파트 옆(북부지청)에 있다. 법은 근로자가 빚을 지거나 회사가 망해도 임금만은 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여는·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