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은퇴 후 해설자로 성공한 이영표를 보면 ‘진짜 축구선수 출신이 맞나 ’ 싶을 정도로 세련된 말솜씨를 자랑한다. 그는 선수 시절 100권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후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다고 한다. 그는 “책 읽기는 자기 생각의 크기를 키우고 자기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의 깊이를 넓히는 것”이라며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민 독서문화 확산’이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청소년 독서토론 한마당,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심지어 책 읽어 주는 문화 봉사단과 재소자의 교정시설 독서활동까지 지원해 주고 있으니 파격 그 자체다. 정부가 교정시설의 재소자까지 보듬으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면 독서 문화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학교 체육 현장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로 학생선수의 학사 관리 기준이 강화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공부와 담을 쌓고 살던 학생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교실에 앉아 있긴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운동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 땐 엎드려 잠을 자거나 딴청만 피우다 나오기에 십상이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말을 우물가에 끌고 갈 순 있어도 결국 말 스스로 물을 먹어야 하는 이치처럼 공부에 별다른 흥미가 없는 학생 선수들에게 수업에 들어가라고 억지로 등 떠밀어 봤자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일선 현장의 아우성도 반영하고 재소자의 독서까지 챙기는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학생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는 최적의 책을 엄선한 ‘운동선수들이 읽어야 하는 100권의 책’을 졸업할 때까지 의무적으로 읽도록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 과부 심정을 홀아비가 알 듯 필자도 축구선수 출신으로 현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많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무지하다고 무시 받아온 세월과 학생 선수의 먼 장래를 생각하면 100권의 책 읽기 도전은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대안이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독서가 사법고시 시험 합격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어느 운동선수 출신 변호사의 고백은 울림이 작지 않다.
책 100권을 선정하여 읽자는 제안은 누구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법칙처럼 학생 선수들이 100권 정도 책을 읽으면 최소한 무지에서 벗어나 생각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 근거한다.
우리 주변에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권, 대학생이 읽어야 할 책 100권, 미술인이 꼭 읽어야 할 책 100권,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권 등 100권 시리즈가 넘쳐난다. 하지만 일반 학생과 비교해 환경과 수준이 다른 학생 선수들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학생 선수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최적화된 책 100권을 선정해 읽도록 지도한다면 억지로 떠밀려 들어가는 수업보다 효과가 클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은 어릴 때 부모가 그림책을 자주 읽어준 경우 현재의 독서량이 많고, 성인이 된 경우에도 초중고 시절에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께서 책 읽기를 권장했다’는 경험이 많을수록 현재의 독서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아무리 많은 물을 주어도 물 한 방울 고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던 물이 콩나물을 무성하게 자라게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콩나물시루에서 어느새 자라는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학생 선수들이 학창 시절에 책 100권가량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공부 습관이 배어 운동을 중도 포기하거나 다른 진로로 변경했을 때에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리라 확신한다.
동서대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