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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주민 삶을 윤택하게 할 ‘적정기술’ /김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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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10 19:18:1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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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어느 토요일, 우리 기관의 구성원들과 부산 북구의 공창종합사회복지관으로 국수봉사를 다녀왔다. 복지관은 주중에 매일 식사봉사를 하지만, 토요일도 맛있는 육수로 만든 국수로 한 끼 대접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고명을 만들고 국수를 삶고 설거지를 하는 등 손을 보태면서 국수 한 그릇에 즐거워하시는 분들의 표정을 통해 일상에서는 접하지 못하던 또 다른 흥분을 느꼈다.

모든 일을 마무리한 후 가진 복지관장님과의 티타임에서 복지 현장의 어려움을 들었다. 이 복지관은 영구 임대주택 지구에 있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은 많은데, 부산의 외곽에 위치한 까닭에 도움의 손길은 적다고 한다. 앞으로도 가능한 한 자주 도움의 손길을 보태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주말에 일손을 보태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과학기술로 그 분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거창하게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을 얘기하지만 소외 계층의 사람들에겐 한낱 허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의 편의를 가져올 신기술에 열광할 때, 경제적 여건으로 그 기술을 공유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오히려 발전하는 사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되어 사회적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과학기술이 지향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최근의 과학기술 정책은 국민 삶을 향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의 과학기술정책이 지나치게 경제성장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점을 반성하고 ‘과학기술로 모두가 행복한 삶 구현’을 4대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서 나오는 성과를 소외계층이 체감할 수 있을까? 첨단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그들의 삶 속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체감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 그 해답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정기술이란 특정 지역의 환경이나 경제·사회적 여건에 맞는 기술을 말한다. 최신의 고급 기술은 아니지만 그 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1960년대 중반 독일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제안한 중간기술로부터 변화되어 온 적정기술은 사회적 격차가 심해지는 현대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의 적정기술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저개발국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주민들에 대한 물 부족 해결이나 질병 예방 등 원조적 성격이 많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진국에서도 소외계층이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부유한 지자체인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한 적정기술 개발 및 보급에 관한 조례를 2016년 제정하였고 작년에는 적정기술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농업현장 중심으로 적정기술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치법규의 제정이나 행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해 서로 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날로 발전하는 사회의 이면에 있는 여러 문제를 저비용으로 해결하는 적정기술의 개발과 보급은 ‘따뜻하고 포용적인 사회실현’이란 과학기술 정책적 과제를 풀어내는 열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과학기술인들이 앞장서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나눈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더 따뜻해질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과학기술이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시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재)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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