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양측은 재협상에 나섰지만, 새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지난 5일 노조가 끝내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노조 측은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협상 재개가 어렵다고 밝혀 언제 대화 자리가 새롭게 마련될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때 타결될 듯했던 장기간의 협상이 물 건너가고 양측이 다시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모양새여서 참으로 안타깝다.

회사 측은 노조의 전면파업에도 불구하고 비노조원과 파업 미참가자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회사 측은 특히 7일 노조원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출근해 주·야간조의 출근율이 60%를 넘는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이 파업 참여율이 낮다고 하지만 생산량은 계획의 20%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최종 조립라인의 출근율이 높지 않아 파업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어쨌든 상당수 노조원이 출근하면서 파업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파업 동력이 약화된 것은 노조 재협상안이 일부 노조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재협상 과정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임단협 타결 격려금을 차등지급하고, 노조원 내부에서도 파업 참가 횟수에 따라 타결 격려금을 차등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타결 격려금 차등까지야 그렇다 쳐도, 노조원 간에 파업에 많이 참여했다고 격려금을 달리 지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노조 집행부가 명분에 매달려 강경으로만 치닫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노조는 지난달 사측과 이끌어 냈던 잠정합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장기간 협상에 피로도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지나친 명분 싸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노조는 무리한 요구는 접고 하루빨리 재협상에 나서야 마땅하다. 회사 측도 파업 동력 약화를 빌미로 노조의 합당한 요구까지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노사 모두가 한 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파국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