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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재해 리질리언스(resilience) /박은경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5 19:02: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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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좋은 일이 어느 날 돌연 다가오는 것을 행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의 삶이 어제보다 마이너스가 되지 않고, 본전만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행운이라는 걸 점차 알게 되었다. 예전만큼만 유지되어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세상에는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말미암아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곳곳에 일어나고 있다. 최근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실화 사건,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 등 각종 재난이 이를 말해준다.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는 세계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당시 철거 위기에 처했던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831년 ‘노트르담의 꼽추’를 썼다고 한다. 이 창작소설은 만인의 가슴에 둥지를 틀었다. 나아가 영화로도 탄생하여 많은 이가 찾는 명소가 되었다. 바로 노트르담 성당은 성(聖)스러운 유적이 되었고, 파리의 상징이 되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결국 노트르담 성당은 중요하고도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런 노트르담 성당이 화마에 휩쓸리자 많은 이가 애도하였다. 하루 만에 1조 원이라는 복원 조성 기금이 마련된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 배경에는 지구촌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재생 플레이를 통한 미디어 방영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스러운 유적이, 파리의 상징이, 상처를 입어 사회적 반응을 불러왔다. 화재 이틀 만에 울려 퍼진 성당의 종소리는 많은 이에게 공명되어, 인간의 마음을 노트르담 한 곳으로 모으게 한 감동적인 소리였다.

최근의 유람선 침몰 사건은 많은 이의 애도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물의 재난은 많은 사례가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위무하는 조선 시대 감로도 그림을 보면, 당시의 재난상 가운데 우물에 빠져 죽은 사람,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지금도 유사한 재난들이 예기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재해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재해부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해부흥은 단순히 원상태로 복원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 재해 레질리언스는 재해로부터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려고 하는 힘을 말한다. 원상태로 돌아오려고 하는 개인의 힘도 있지만, 서로 도와주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힘도 포함된다. 재해 레질리언스는 바로 인간 생활에 중요한, 무너진 건조물의 부흥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인간 환경유산은 물론 인간의 마음, 인간관계 등을 치유하며 힘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토목건축 도시계획뿐만 아니라 인문과학, 사회과학이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사회 곳곳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도와주는 힘을 반드시 저축해야 한다.

재해부흥에 이어 사전부흥이라는 말도 있다. 재해를 예방하는 영역이 바로 사전부흥에 해당한다. 예기치 않은 재해에 대비해 피해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하드웨어를 말한다. 소위 안전학이라고도 한다. 사람이나 문화유산이 직면한 리스크에서 벗어나 안전 상태로 가기 위한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안전학은 이 사회에 중요한 분야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안전학은 제방처럼 홍수에 대비해 둑을 쌓는, 방재에 관한 연구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사전 부흥이 가능한 것인가. 원형 복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환경유산과 인간의 마음, 인간관계 등이 복원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2005년 일본 간사이 가쿠인대학에서 재해부흥제도연구소가 최초로 설립되었고, 일본 전 지역에 관련 연구소들이 만들어졌다. 특징적인 것은 지역민들의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대인은 바쁜 일정 속에서 쫓기듯 생활하다 보니, 점점 더 편리한 생활을 추구한다. 젊은이는 많은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해결하고, 애니메이션 등에 관심을 가진다. 반면 고령자는 자신이 알고 지낸 지인들이 점점 사망하는 까닭에 사자(死者)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거나 과거의 흔적을 담은 물건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
향후 재해 리질리언스를 위해 생명력 있는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문정신문화 진흥과도 직결된다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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