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재벌총수 교체와 골육상쟁 /정선섭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4 19:07:06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상당수 한국 재벌이 총수 교체기에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자본주의 기업이 탄생했으니 한국 재계의 역사는 70년이 조금 넘는다. 대부분 한국 재벌은 3세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물론 역사가 오래된 두산이나 LG처럼 이미 4세 총수 시대에 접어든 곳도 있다.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총수가 있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 51곳의 대표자를 보면 창업 세대는 17명, 창업 2세는 23명, 창업 3세는 9명, 창업 4세는 2명이었다. 총수 4명 중 3명은 이미 차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갔거나 승계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재벌은 총수 교체기만 되면 잡음에 시달린다. 물론 모든 재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재벌가에서 경영권을 두고 형제나 혈족 간 골육상쟁이 벌어진다. 심지어 두 세대에 걸쳐 낯 뜨거운 집안싸움을 벌이는 재벌가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재벌가의 분쟁을 두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일까.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세습경영이 많다 보니 분쟁 사례도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 재벌가에서 경영세습 시기에 골육상쟁이 많이 벌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총수에게 부여되는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한 때문이다. 총수에 오르면 절대군주처럼 누구도 견제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다. 상법상 대주주나 총수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이사회나 주주총회, 사외이사제도, 감사제도는 작동하기 어렵다. 총수가 기업 경영의 핵심인 인사와 재무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제도적 견제 장치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회사 내 임직원들은 보신을 위한 줄서기에 몰두한다. 실제 재벌가 골육상쟁의 이면을 뜯어보면 ‘가신의 농단’이 숨어 있다.

총수와 측근 가신들의 밀실 경영도 골육상쟁을 촉발하는 원인이다. 경영권을 차지한 총수나 가신들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형제나 혈족을 회사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막는 일이다.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의도다. 그러니 경영권에서 배제된 형제나 혈족은 선대가 남긴 재산 일부를 상속받아 배당으로 살거나 독자적으로 기업을 꾸리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폐족 취급을 당한다. 사정이 이러니 죽자 살자 경영권 쟁탈전에 나선다. 모든 것을 가지거나, 그것과 정반대인 단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기업의 생존이나 발전, 주주나 투자자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다.

재벌가의 골육상쟁이 빈번한 또 다른 이유는 세대가 넘어갈수록 오너 일족 구성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대 재벌그룹 총수의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친·인척을 조사해보면 세대별로 평균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쉽게 말하면 창업 세대에서 3세로 넘어가면 친·인척 수가 최소 4배 불어난다는 얘기다. 오너 일족의 범위가 넓어지니 당연히 가족 내부의 이해관계도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창업 2세까지만 해도 아들 중심의 장자상속 전통이 유지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기에 일부 재벌가에선 이복형제와 같은 복잡한 가족사까지 얽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골육상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재벌가의 골육상쟁은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성장성을 저해한다. 경영권 분쟁의 난타전을 벌이는 과정에 회사 내부의 불법과 탈법 행태가 폭로되기 일쑤다. 지금까지 혈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재벌기업치고 경영 비리와 관련된 내부 폭로가 없었던 경우는 드물다. 결국 수사기관까지 동원되어 회사 장부를 들쑤시니 해당 재벌은 최소 몇 년간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경영인은 물론이고 임직원까지 불안에 떨며 우왕좌왕하니 문 닫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결국 재벌가의 골육상쟁을 차단하는 방법은 지배구조를 바꿔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견제하는 장치를 활성화하는 길밖에 없다. 더욱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회사를 개인의 소유물로 좌지우지하는 경영 행태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감독기관의 기업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게 당연하다. 그것은 재벌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성장성과 사회적 이익을 증대시키는 길이다.

재벌닷컴 대표이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많이 본 뉴스RSS

  1. 1‘마늘’로 만든 춤, 인도네시아 간다
  2. 2출발 좋은 K7프리미어…사전계약 8000대 돌파
  3. 3아! 1타 차…박성현 아쉬운 메이저 준우승
  4. 4부산 유일 최우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 선정
  5. 5우정노조 총파업 투표 가결 여부 25일 판가름
  6. 6매직 갈라쇼부터 버스킹까지…세계 정상 마술사들 부산 달군다
  7. 7번호표 거래·가짜 수표 등장…“미계약분 분양 제도 개선을”
  8. 8학교 비정규직 내달 총파업 땐 학생에 빵·우유 제공
  9. 96월 모평 결과 나왔다, 이젠 유사 학과 분석해 합격 가능성 높여야
  10. 10말도, 탈도 많은 북구 명칭 변경…서명에 아파트 경비원까지 동원
  1. 1한국당,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 불발
  2. 26월 국회, '반쪽' 정상화…이달 내 추경처리는 사실상 무산
  3. 3‘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쳐먹는다’…차명진 의원 과거 막말 보니
  4. 4여야, 국회 정상화 전격 합의…80일 만에 정상 가동
  5. 5폼페이오, 북미협상 곧 재개 시사 "아주 진정한 가능성"
  6. 6김영춘 의원,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해결책 요구
  7. 7"트럼프, 방한기간 DMZ 방문 검토 중"…북핵관련 메시지 주목
  8. 8여야대표 국회 정상화 합의 국회 80일만에 정상 가동
  9. 9“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 적법성 중요” 당내서 부쩍 제 목소리 내는 김해영
  10. 10한국당, 삼척항 찾아 안보공세 강화
  1. 1출발 좋은 K7프리미어…사전계약 8000대 돌파
  2. 2번호표 거래·가짜 수표 등장…“미계약분 분양 제도 개선을”
  3. 3부산지역 관용차량 르노삼성차 사주기 전개
  4. 4UAE 한국형 원전 정비사업, 국내업체 ‘반쪽수주’
  5. 5“대기업 편법출점 골목상권 잠식…국회 뭐하나”
  6. 6부산해양수산발전포럼, 25일 한국해대서 열려
  7. 7어업재해율, 다른 산업의 최대 12배…‘30세 미만’ 사고는 평균의 3배 육박
  8. 8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작년에도 세계 6위 그쳐
  9. 9거창 흉물 미완의 숙박시설…공공임대주택 추진
  10. 10내년 강력 해양환경 규제…저유황유 확보 비상
  1. 1“피트니스 모델 류세비 아닌 뮤지컬배우 박혜민…” 오보에 질책 잇따라
  2. 2부산역 3층서 투신한 일본인 사업가 숨져… ‘51억 추징금’ 신변 비관 추정
  3. 3권성동 1심 선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앞선 구속영장 기각 이유는?
  4. 4음주운전 처벌기준 25일부터 어떻게 강화되나, 벌금 최대 ‘2000만 원’
  5. 5감만2동 우암로 잇는 도로 27년만에 첫삽 뜬다
  6. 6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 ‘58년 만’… 최대 무기징역 구형, 면허 정지·취소 기준
  7. 7싸이 참고인 조사 양현석 전 대표 조만간 소환 조사
  8. 8술취한 40대 여성 8층서 창밖 내다보다가 추락사
  9. 92호선 지연 운행… “실검에 2호선 있는거 보니” “반대편 3번, 여긴 0번” 분통
  10. 10‘IMF 촉매’ 한보그룹 정태수 사망설 진실은… 아들 정한근 국내송환 ‘답은 곧’
  1. 1조지나 로드리게스 호날두와 함께한 휴가 “아모레 미오”
  2. 2부산 유일의 남자프로골프단 우성종합건설, KPGA 투어 개최
  3. 32019 코파아메리카, 아르헨티나-카타르전 메시 출격... 전반 1-0 종료
  4. 4부산 연고 첫 여자프로농구단 BNK썸농구단 창단
  5. 5정찬성 7개월 만의 재기… 58초 TKO 승리 ‘좀비처럼 부활’
  6. 6이동국, 얼굴로 받아낸 뜻밖의 ‘득점 찬스’ ... 개인 통산 최다골 219호골
  7. 7김진우 롯데 자이언츠 통한 국내 재기 불발… “입단 테스트 불합격”
  8. 8박성현 1타 제치고 생애 첫 LPGA 우승한 한나 그린은 누구?
  9. 9아! 1타 차…박성현 아쉬운 메이저 준우승
  10. 10'맹추격' 박성현, 아쉬운 1타 차 2위…우승은 그린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기고 [전체보기]
‘국가균형발전 2.0’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종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주 한 잔도 단속대상 /류해국
기자수첩 [전체보기]
회동수원지 오염만은 막아야 /신심범
어린이집 종일반 의무화의 이면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나이 듦의 미덕’이라는 어려운 과제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월드뮤직을 꿈꾸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예술이란 이름으로 /정홍주
장애학생은 어디로 가야 하나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스펙
BTS와 이우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낭독의 문화
익산 팸투어의 감흥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혼 적셔주는 시락국 한 그릇
우동, 일본은 면발 한국은 국물 중시
사설 [전체보기]
소규모 공장 밀집 서부산권 미세먼지 규제책 세워야
14년째 동결 절단장애인 보장구 보조금 불합리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년, 노인 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 복지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흐보다 더 아파보였던 의사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울경 시장·도지사의 바닥 지지율
양날의 칼 양정철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플래툰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
와인 숙성과 설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1952년 부산 영도 해안
비오는 날 친구를 기다리다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