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의 소리] 한국 교육이 루크에게 미안해합니다 /차동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4 19:04:02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휴가차 부산에 여행 온 벤과 루크는 모처럼 여유를 발걸음에 담아 여기저기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돼지국밥집이 눈에 들어왔고, 벤의 제안에 따라 둘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부딪힌 언어의 장벽. 국밥집 홀 담당 아저씨는 “Ha ha!” 웃으며 둘을 맞이했지만 자신의 입에서 “Ha ha” 말고는 영어가 나오지 않자 두 손님 앞에서 그만 할 말을 잃었다.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둘도 고픈 배를 잡고 아저씨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두 친구의 점심 식사와 대한민국 소상공인 아저씨의 하루 매출에 차질이 생기는 듯 했으나, 다행히 두 테이블 건너에 차동욱 군이 앉아 있었으니 그는 수능 영어를 자그마치 2번이나 친 실력자였다. 조용히 식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이를 기회삼아 글로벌 시대로 가는 출사표를 던지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머리만 벅벅 긁고 있던 세 사람에게 다가가 단어 네 개를 외쳤다. 메이. 아이. 헬프. 유? 그러고서 그는 통역을 시도했는데, 아뿔싸! 벤과 루크가 하는 영어는 수능과는 너무 달랐고 차 군은 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말았다. 당황한 차 군은 자기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냥 종업원 아저씨께 돼지국밥 두 개를 달라고 말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부족한 영어 듣기 실력을 한탄하면서, 두 외국인이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건지 떠올려보았다. 루크가 매운 건 빼달라고 말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루크 쪽을 슬며시 쳐다보았는데, 친절한 종업원 아저씨가 루크의 국밥을 양념장과 섞어주고 계셨고, 루크는 점점 빨개지는 국밥을 보며 어색한 웃음만 애써 짓고 있었다. 차 군은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수육마저 남긴 채 식당을 나왔다.

그러고서 나는 내 영어 듣기가 뭐가 문제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고교 교육과정의 영어 듣기가 기초 수준에 불과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고교 교육과 관련해 한 가지 소식을 들었는데, 몇몇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시범 실시 중이며 2025년에는 전국의 고등학교에 도입된다는 것이었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난 이 제도에 찬성한다.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학생이 영어 듣기를 비롯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깊이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제대로 시행되려면 몇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평가다. 상대평가에서는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하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과목보다는 점수를 따기 쉬운 과목을 듣는다. 의대 준비생들만 하더라도 의학에 필요한 화학, 생명과학이 아니라 점수 따기 쉬운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과잉 경쟁, 소모전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원하고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를 가능케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과도 관련돼 있다.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동영상’이라는 124년 된 기술을 이용하지 않으면 말이다. 영상 강의를 적극 활용하면 수업을 준비해야하는 부담에서 교사를 해방시킬 수 있고 학생은 학교에 없는 선생님의 수업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이란 게 있어서 질의응답도 원격으로 가능하다. 사설 인터넷강의 업체도 한 달에 4만 원만 내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던데 공교육은 왜 못 하고 있는 건지 솔직히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부담을 던 선생님들은 학생과의 상호작용에 더욱 힘씀으로써 교사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나는 고교학점제가 성공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자율성을 회복해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배울 것을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삶을 이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밥집 아저씨와 나는 늘어가는 외국인을 보며 영어를 공부할 수도 있고 사람들은 날마다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고 배우고 판단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적 자율, 능동, 책임, 표현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동아대 의학과 1학년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7. 7‘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0. 10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9. 9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5. 5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6. 6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7. 7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8. 8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