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술은 잘못이 없다 /최승희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술이 원수지, 사람이 무슨 죄냐.” 술에 관대한 한국 사회는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술자리에서 벌어진 실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게 미덕으로 여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법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주취 범죄자의 변호인은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한다.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면 법정 형량의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사건 당일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여자 기숙사 방향으로 간 이후 기억이 없습니다. 술이 깬 뒤에야 CCTV와 친구·피해자 증언을 종합해 상황을 파악할 정도였습니다. 평소에도 술을 마시면 ‘블랙아웃’ 현상을 겪었는데, 이날은 주량 이상으로 마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부산대 여자 기숙사에 몰래 침입한 뒤 계단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주먹을 휘두른 혐의(강간 등 상해)로 기소된 A 씨의 변호인도 최종변론에서 사건 당시 A 씨의 블랙아웃 상태를 거듭 강조했다. 부산지법은 최근 이 같은 변론을 받아들여 “A 씨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며 여러 사정을 검토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7년 부산지법이 모텔에서 만취한 상태로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에 대해 “음주로 인한 블랙아웃 증상은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일 뿐이고, 피고인이 주취 상태를 자초한 이상 심신미약에 따른 형의 감경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취 감경을 놓고 법원의 판단이 들쑥날쑥한 것은 성범죄 특례법이 ‘음주에 따른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때에는 감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재판부 재량에 맡기고 있어서다. 법원의 일관되지 못한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A 씨 선고 이후 지역 여성단체는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비난 성명을 냈다. 이러한 국민 여론을 반영해 대법원은 최근 긴급하게 음주 관련 심신미약 범죄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결과를 양형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영아를 강간·상해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 이후 들끓었던 주취 감경 폐지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술은 잘못이 없다. 취한 사람이 문제다. 법에서조차 그 잘못의 책임을 술에 떠넘겨선 안 될 일이다.

사회부 shchoi@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HMM, 부산~LA에 컨선 2척 투입
  2. 2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바다·빛
  3. 3부산항 컨테이너 수용공간 한계…대책 마련 시급
  4. 4환절기 주의해야 할 질환 <하> 뇌혈관 질환
  5. 5교사 참수에 분노…프랑스 전역서 수만 명 연대 시위
  6. 6도시철도 양산선 사송·북정역에 환승센터
  7. 7여당은 윤석열, 야당은 추미애 때리기
  8. 8김종인 ‘부산 발언’ 놓고 시장 후보 갑론을박
  9. 9추미애, 라임·윤석열 가족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
  10. 10남해군, 빈집 리모델링해 공유숙박 사업 나선다
  1. 1김종인 ‘부산 발언’ 놓고 시장 후보 갑론을박
  2. 2여당은 윤석열, 야당은 추미애 때리기
  3. 3위기의 김종인 리더십…PK중진발 야당 조기 전대론 부상
  4. 4신공항 발표 앞두고…정세균 “외면않겠다” 김종인 “잘 모른다”
  5. 5‘재판족쇄’ 풀린 이재명…지지율 5%P차 이낙연 맹추격
  6. 6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3> ‘특별연합’이란
  7. 7김종인 "부산시장감 없다" 재차 직격탄…야당 보선 공천구도 안갯속
  8. 8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폭로 후폭풍…여당 “공수처 출범을” 야당 “특검 도입하자”
  9. 9야당, 공무원 피살 ‘독자 국감’…유족 “정부 명예살인 멈춰야”
  10. 10공청회 땐 특별지자체 입법 지연…대통령령 발령하면 즉시 설치 가능
  1. 1HMM, 부산~LA에 컨선 2척 투입
  2. 2부산항 컨테이너 수용공간 한계…대책 마련 시급
  3. 3세계수산대학 설립의제 FAO(유엔 식량농업기구) 통과 온힘
  4. 4원양어선에 24시간 불법어업 감시시스템 설치
  5. 5금융·증시 동향
  6. 6주가지수- 2020년 10월 19일
  7. 7선박도 무인시대…삼성중공업 ‘원격·자율운항’ 시연 성공
  8. 8GS건설, 압도적 지지로 문현1구역 수주…70층 초고층 랜드마크 선다
  9. 9울산 1위, 부산 2위, 경남 3위…참담한 청년(15~29세) 실업률
  10. 10빅히트 의무보유 물량 풀린다…4000억 매수 개미 ‘근심’
  1. 1도시철도 양산선 사송·북정역에 환승센터
  2. 2남해군, 빈집 리모델링해 공유숙박 사업 나선다
  3. 3시민 62% “N번방 사건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인지하게 됐다”
  4. 4추미애, 라임·윤석열 가족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
  5. 5품격 높이고 차이 줄이자 <2-2> 지역별 틈새 메우기- 문턱까지 다가온 ‘뉴 노멀’
  6. 6해외 이주민 32% “일상서 무시·차별”
  7. 7경남 농가 돼지열병 차단방역 총력
  8. 8종합 점수 2위 강서구도 교육은 낙제점
  9. 9오늘의 날씨- 2020년 10월 20일
  10. 10오륙도 트램 연계 공원 조성 추진
  1. 1“탬파베이 나와” LA 다저스 극적 월드시리즈 진출
  2. 2코크랙, 233번째 도전 끝 PGA 첫 정상
  3. 3‘기록제조기’ 손흥민, 홈구장 최단 45초 만에 벼락골
  4. 4김연경, 21일 11년 만에 V리그 복귀전
  5. 5손흥민, 전반 ‘1골 1도움’…토트넘 아쉬운 무승부 3-3
  6. 6롯데 스트레일리, 200이닝-200K 눈앞
  7. 7K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퀸은 김효주
  8. 8부산, 마지막 홈 경기 무승부…주말 인천서 잔류 웃을까
  9. 9최지만, 한국인 타자 최초 월드시리즈 밟는다
  10. 10토종 김민욱 깜짝 활약…부산 kt, 연패 탈출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특별연합’이란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김경수 경남지사 인터뷰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기고 [전체보기]
일조권 분쟁 예방 위한 시뮬레이션 도입을 /박진수
젊은이여 ‘내 인생을 바꿀 책’ 만나라 /전호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울산 주상복합 화재가 남긴 교훈 /방종근
사람(人)이 보이면 일단 멈춤 /김미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융합 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농악 ‘함께’와 ‘신명’의 미학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역균형 뉴딜’에 대한 우려 /이석주
세검정 지하철과 동남권 관문공항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옥중 폭로
전세 난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맛있는 밥을 위한 쌀 선택 기준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설 [전체보기]
전국 1~3위 부울경 청년실업률, 지역 미래 안 보인다
NLL 넘은 어선…해경 손놓고 군은 늑장대응 했다니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경제·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왕을 감동시킨 소박한 감사
인내와 고통으로 탄생한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코로나 아이러니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올해도 말잔치로 끝나나
나훈아와 추석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
명반과 곡명에 대한 편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구분과 화합, 와인과 사회
와인으로 느끼는 자부심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이인상의 소나무 그림
  • entech2020
  • 맘편한 부산
  • 제9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