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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위대한 유산 /김부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03 18:58:4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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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면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이 여행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여행하면서 하는 생각과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일상적인 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때로는 개선해야 할 점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림 서상균
어떤 이는 빠른 인터넷 속도, 깨끗한 지하철, 다양한 실내스포츠와 레저에 놀라고, 어떤 이는 아름다운 바다와 다양한 해산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멋있는 산들에 반하고, 어떤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건축양식과 도심 속에 과거가 공존하는 성곽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밤늦도록 안전한 치안을 부러워하고, 어떤 이는 밤새도록 지칠 줄 모르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즐기기도 한다.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얼마나 좋은 것을 가졌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그들을 통해 본 우리의 역사이다.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지, 고대의 예술은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우리의 근현대사가 있다. 그것은 너무나 큰 아픔과 함께 그것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터키 친구들의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흔히 외국인들이 둘러보는 경복궁이 아닌 아픈 역사를 지닌 덕수궁을 방문하고, 서대문 형무소를 지나 청와대까지 방문하면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며 함께 아파하고, 감탄했다. 그들의 여행을 보면서 나 역시 우리의 근현대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터키 친구들의 여행 중 또 하나 특이했던 것은 부산 여행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부산행 기차를 타는데, 부산에 사는 내가 도저히 어디를 가는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들이 방문한 곳은 바로 유엔기념공원이었다. 많은 나라의 친구가 다양한 여행을 하였지만,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것은 터키 친구들이 처음이었다. 6·25전쟁 때 21개국의 175만5184명이 참전했다고 하며, 그중 4만896명의 유엔군이 전사하였다. 그리고 그중 터키군을 포함하여 11개국 2300명의 유해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터키는 유엔군 중 네 번째로 많은 병사를 파병하였다고 한다. 터키에서 온 1만4963명 중 1005명이 전사했다. 이 가운데 400여 명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각 나라의 참전용사 중 터키가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 외국에 여행 와서,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하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자신의 나라 사람들을 찾아가 추모하는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너무 많이 잊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부산 여행 하면 떠올리는 곳은 바닷가나 화려한 고층 건물과 해산물 먹거리였던 게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부산이 유엔기념공원이 있는 곳으로 기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오가던 그곳이 얼마나 숭고한 역사를 담은 장소인지를 알게 되었다.

   
‘당신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습니다(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추모관 영상의 첫 자막이다. 우리의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6월. 6·25전쟁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던가. 얼마나 기억하고 가르쳐야 할 것이 많은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누리는 우리들은 오늘 무엇을 희생하여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소확행을 추구하는 오늘 이 시대에 우리가 꼭 나누어야 할 담론이 아닐까 한다.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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