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프랑스 칸영화제로부터 가뭄에 단비 같은 낭보가 날아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우리 영화계의 일대 쾌거이자 값진 성과다. 이번 수상으로 봉 감독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간 우리 영화계는 칸 무대에 숙원을 품어왔다. 2000년 ‘춘향뎐’(임권택 감독)이 칸의 경쟁부문에 첫 진출한 이래 감독상과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의 성적을 냈지만 최고상에는 오르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았던 터다. 반면 일본과 중국, 이란 등의 아시아 감독들은 1980년대부터 황금종려상을 수상해왔다. 그들에 못지 않게 외형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우리 영화계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수상 갈증이 이번에 확 풀린 것이다.
봉 감독 등의 당초 우려처럼, 한국적인 내용과 방식의 이 영화가 칸에서 얼마나 어필할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빈자와 부자인 두 가족의 이야기로 세계의 보편적 현상인 빈부 격차를 다룬 이 영화에 호평이 쏟아졌다. 모두 자기 나라의 상황과 다를 바 없었던 까닭이다. 그만큼 세계가 사회 양극화 문제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봉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뛰어난 작품성, 출연진의 열정적 연기, 영화팬들의 성원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이라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영화 100년사에 큰 이정표가 세워졌으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그중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영화 제작·투자·배급·상영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구조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 오로지 돈의 논리가 지배하고 할리우드식 상업성만이 판을 쳐서는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 창작력 등이 배양되기는 어렵다. ‘기생충’이 던지는 메시지가 공생 혹은 공존이듯이, 이번 수상이 한국영화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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