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산골에 살더라도 /이인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6 19:40:34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시골 생활 8년 차, 아내가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일, 집 앞마당에 짓는 사랑채(손님방)에 구들장을 놓는 날이었다. 아내는 본채에 화목보일러가 있지만, 겨울에 운치 있고 따뜻한 전통 구들장이 있는 사랑채에서 지내고 싶어 했다. 그러던 차에 알음알음 이 방면의 전문가를 알게 되어 이번에 큰맘을 먹었다. 며칠 전 기초공사가 마무리되어 일요일 오전 8시에 인근의 고수들이 모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할 수 없이 집 앞 베란다에서 그들과 따뜻한 차를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가 그치기만 기다렸다.

그들을 소개하자면, 12살 때부터 산에 들어가 생태적으로 살다 하산하여 현재 이곳에서 구들장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A 선생, 도시에서 은행원 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들어와 농민회 활동과 진보연합 대표로 열심히 살아가는 B 선생,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였으나 실패하자 과감하게 접고 이곳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는 C 선생, 전교조 활동 이후 산골에서 고고하게 살아가는 D 선생, 젊은 나이에 시골로 들어와 참된 귀농을 준비하는 E 군 등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모두 구들장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사람들은 인건비를 받지 않는 대신 돌아가면서 구들장이 필요한 집에 품앗이한다는 사실이었다. 현지인들조차 두레 혹은 품앗이가 사라진 상황에서, 오히려 들어온 사람들이 우리 전통적인 규범을 몸소 실천한다는 것에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고, 우리의 대화는 농사부터 자녀 교육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구들장 장인 A 선생은 건축 외에 천문지리, 풍수, 농사, 약초, 벌 치는 방법 등 해박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압도했고 나머지는 그의 강연을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침 주일 예배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서는 우리 집 막내딸(중3)을 보자 화제는 시골에서의 자녀 교육으로 돌아섰다. 참석자 중 한 명이 딸은 공부를 잘하느냐, 하고 묻기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시골에 왔으면 신나게 놀아라, 하는 지엄한 아빠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믿고 공부는 뒷전, 여전히 잘 논다고 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전교조 출신 D 선생은 한술 더 떠, 자기 아들은 고2 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정말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봄비를 바라보며 각자의 소탈한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결국, 그날은 비 때문에 작업을 연기하고 말았지만, 나는 그들의 꾸밈 없는 표정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참된 삶을 보았다. 무엇보다 남자들끼리 술 없이, 따뜻한 차 한잔으로도 얼마든지 마음을 열어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마음에 와닿았다.

작년에 이어 운 좋게 올해도 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누구의 방해 없이 오롯이 창작활동에만 힘쓸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의 로망이어서, 나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 때때로 외로움의 덫에 걸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전화 한 통 없는 아내와 지인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때론 내가 왜 산청 합천 등지 시골을 전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책도 한다. 그러니 아무리 시골에서 살더라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틈틈이 소통과 공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례로 나와 비슷하게 이웃 마을로 들어온 남자가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이렇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는 지역의 좋은 대학을 나오고 어떤 사업체의 대표까지 지낸 부유한 사람이었으나 얼마 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술병에 걸려 마을을 떠났다. 그와 나, 둘 다 술을 즐기고 때때로 폭음도 불사하지만, 우리 둘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그건 그는 부자여서 시골에서 마땅히 할 일이 없었고, 가족과 떨어져 있으며, 사람들과 일절 교류가 없었다. 반면, 나는 가난하여 글이라도 써야 먹고살 수 있고, 술 때문에 핍박과 위력을 행사하는 아내라도 있으며, 힘들고 외로울 때 가끔 만나는 지역 문인이 몇 있다. 앞으로 귀농, 귀촌을 꿈꾸는 분들, 특히 혼자 오려는 주당은 제발 이 상황을 참고하기 바란다. 아니면 말고….

소설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공공 방역만으론 못 막아…최고 백신은 ‘거리두기’
  2. 2아시아드요양병원 집단감염 없는 비결은 ‘선제적 위생·방역’
  3. 3부산, 신천지 소재 불명자 추적…울산 1차조사 68명 유증상
  4. 4“종식까지 다소 시간 걸릴 것, 대규모 모임·회식은 피해야”
  5. 5확진자 동선오류 피해·방문가게 ‘낙인’…소상공인 운다
  6. 6신라대 신입생 줄자 음악학과 폐지 추진
  7. 7여당 부산 사하을 이상호 공천…조경태와 ‘원조 친노’ 맞대결 예고
  8. 8일부 혐의 잇단 무죄 판결…제대로 체면 구긴 부산지검
  9. 9농협·우체국에 마스크 푼다더니…헛걸음한 시민 허탈
  10. 10하루 새 전국 505명 확진…병상 없어 자가격리 70대 사망
  1. 1경남 창원 군무원 코로나19 확진…군내 총 21명
  2. 2(단독) 민주 북강서을에 최지은 공천
  3. 3민주당 1차 경선에서 현역 7명 탈락…이석현, 이종걸, 유승희 등 중진 고배
  4. 4 한미연합훈련 ‘코로나19’로 연기…감염병 영향 첫 사례
  5. 5통합당 서울 강남갑에 태영호 우선 추천
  6. 6국회 '코로나3법' 의결…자가격리 거부할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
  7. 7강경화 외교부 장관, 중국 왕이와 통화…과도한 조치에 우려 표명
  8. 8청와대 “중국인 입국 전면제한 않는 것은 국민이익 고려한 것, 눈치보기 아니다”
  9. 9대구 찾은 황교안…텅 빈 서문시장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10. 10여당 1차경선 현역 7명 탈락, 물갈이 20% 목표 넘겼다
  1. 1IBK저축은행- 부울경 1위 저축은행…앱 고도화로 모바일 서민금융 새 전기 마련
  2. 2“마스크 1장 4000원”…약국 보다 비싼 온라인 판매가
  3. 3예탁결제원- 일자리창출본부 만들어 청년부터 노인까지 전방위 고용 지원
  4. 4한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전망에도 ‘기준금리 동결’
  5. 5부산신용보증재단- 사업하기 좋은 부산 만들기 앞장…올 신규보증 규모 설립 이래 최대
  6. 6한국자산관리공사- 주담대 연체 서민, 집 팔고 상환해도 그대로 살 수 있게 도움
  7. 7정부 “마스크 수급 불안사태 국민께 송구, 28일부터 120만 장 약국 통해 우선 판매”
  8. 8서부발전 "올해 발전 기자재 250건 이상 국산화 추진"
  9. 9중소기업 10곳 중 7곳,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
  10. 10코로나 충격, 외국인은 매도 개인은 매수
  1. 1부산시, 코로나19 확진자 51~57번 동선 공개
  2. 2제주도 신천지 신도 중 유증상자 35명…39명 연락두절
  3. 3 부산 ‘코로나19’ 확진자 3명 추가 발생 … 총 60명
  4. 4울산 코로나19 확진자 5명 추가 발생…신천지 3명 작업치료사·울산대병원 의사
  5. 5 울산시 “코로나19 북구 2명 추가 확진, 오늘만 4명 발생”
  6. 6 밀양 첫‘코로나19’ 확진자 발생…35세 남성
  7. 7 오거돈 부산시장 “신천지 교인 명단 전수조사 … 비협조시 공권력 투입”
  8. 8광명시 '코로나19' 첫 확진자 이동동선 공개
  9. 9부산서 코로나19 확진자 3명 추가 발생 … 총 60명 중 온천교회 관련 30명
  10. 10울산 7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중증 요양병원 직원
  1. 1맨시티, 레알 원정서 극적인 2-1 역전승
  2. 2[챔피언스리그]레알vs맨시티 선발 라인업 공개
  3. 3'시범경기 첫 선발' 김광현 2이닝 퍼펙트…3K 무실점 호투
  4. 4코로나 여파 프로야구 시범경기 모두 취소
  5. 5롯데 캠프에 등장한 VR…고글 속 류현진 강속구에 화들짝
  6. 6역시 3할 타자…민병헌 멀티히트
  7. 7굿바이 샤라포바
  8. 8마요르카 10번 단 기성용 “라리가 잔류가 최우선”
  9. 9좌완 듀오 ‘정태승·김유영’ 거인 불펜 책임진다
  10. 10부산 kt 용병 더햄 코로나 탓 중도 귀국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부산 근해수산업의 위기 극복방안 /임정현
동네 의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황성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양산 사송1초등 정상 개교해야 /김성룡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누구를 위한 뉴스테이인가 /장호정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PK가 TK에게
닥터 김사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병실·진료소 부족…장기화 대비 의료체계 문제는 없나
의심증상자 등 예방 수칙 준수, 시민 협조 절실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총선과 자책골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나의 LP 이야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향기가 나는 사람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