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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치매 사회’ 준비됐나요 /이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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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5-22 19:32: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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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던 할아버지는 정년퇴직 후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낚시를 하며 즐겁게 지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미끼를 꿰지 않고 낚싯대를 던졌습니다. 그렇게 하면 고기가 안 문다고 말씀드렸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날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몰라서 내가 집까지 모시고 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할아버지의 병은 건망증이 앞으로 더 심해지고 장소와 시간을 모르게 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라고 합니다. 고치기는 어렵지만 우리 가족이 할아버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병에 대해 공부하며, 할아버지가 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둬 정성을 다해 도와드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할아버지의 모험(배회)은 계속됐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할아버지 걱정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돼 할아버지를 그룹홈에 부탁했습니다. 일반 집처럼 가정적인 분위기에 간호해주는 전문가도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마다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전보다 표정이 밝고 웃는 횟수도 늘어난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치매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돌봄)’의 모범도시로 손꼽히는 일본 규슈의 소도시 오무타시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치매를 제대로 교육하고자 발간한 그림책에 담긴 체험담이다. 오무타시는 2004년부터 학교를 돌며 이 책으로 8000명의 학생에게 치매와 관련한 기본 교육을 해왔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들을 도울 방법을 어릴 때부터 배워 몸에 익히자는 취지다. 제대로 알아야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그들을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무타시 이케다 타케토시 건강복지추진실장의 설명은 ‘치매 국가책임제’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 ‘치매 사회’로 성큼 다가서면서 간병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문제화하자 문재인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2017년 9월 시행했다. 보건소 단위로 치매안심센터가 설립돼 치매 조기 검진 및 인지 기능 강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데 대한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제도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치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이 노인성 질환에 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격리시설 위주의 치료·돌봄을 지양하려면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잘 갖춰야 한다. 하지만 온종일 치매 노인 등을 돌봐주는 노인주간보호시설(데이케어센터)은 부산에 140곳밖에 없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어린이집·유치원이 2200곳인 것과 비교된다. 치매 어르신이 참여할 자율적 커뮤니티는 거의 없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치매 카페’같은 치매 노인 공동체 말이다.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 노인들은 커피를 마시고 또래와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사회 돌봄을 받는다. 치매 병증 악화에 치명적인 ‘노년의 고립’을 막는 역할이다. 덴마크의 소도시 스벤보르는 ‘치매 마을’을 세웠다. 치매 노인만 입소하는 아파트로, 관리동에는 데이케어센터와 레스토랑, 상점, 헬스장, 서재 등이 있고 간호사 등 전문가가 상주해 노인을 상시로 돌본다.
지금부터라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뒷받침할 세부적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오무타시처럼 치매 이해도를 높이는 시민교육도 필요하다. 치매는 초기에 알아차리고, 빨리 치료받아야 악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관리형’ 질환이다. “노망났다”며 터부시하고, 치매 관련 시설을 혐오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경계 짓고, 거부하고, 방치하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부산시가 치매 대책의 일환으로 구·군마다 ‘치매 안심마을’을 만들기로 했는데, 벌써 집값이 내려갈 것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니 씁쓸하다.

의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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