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에 매출액 700억 원을 올리는 A라는 기업이 있다. 매출액이 그 정도이면 부산 경남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사업 내용도 알짜이다. 세 분야의 사업을 하는데, 하나는 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고, 또 하나는 자동차 회사, 마지막 하나는 조선사에 각각 납품한다고 했다. 매출액 비중도 하나는 300억 원 규모이고, 나머지가 각각 200억 원 내외이다. 그러니 균형 잡힌 알짜기업으로 보였다. 이 회사의 사장과 같이 인도네시아에 같이 갔다. 마침 대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뜻밖에도 그는 ‘속 빈 강정’이라고 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수익률이 높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이 단가를 너무 후려치는 바람에 수익성이 낮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A 회사가 이럴진대 부산 김해 창원 등지 다른 제조업체인들 오죽하겠는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좋은 날이 올까? 세계적인 경제금융기관인 노무라종합연구소가 밝힌 우리나라 제조업의 설비가동률은 기본적으로 2012년 이후 2018년까지 약간의 등락은 있어도 기본적으로 하향 추세이다. 제조업 국가의 위상이 점점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 제조업, 특히 부산 경남 제조업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은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좁히고 있지만, 앞으로는 베트남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나라가 기술을 가르쳤던 나라들이 우리를 역습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터키는 우리나라의 형제 국가이다. 그래서 터키에 우리의 방산 수출을 많이 했다. 기술 이전도 같이했다. 2005년 우리나라가 개발한 전차인 K2의 주요 부품과 기술을 4000억 원에 수출했다. 당시 방산 수출의 쾌거라고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터키는 K2와 같은 전차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자 일본을 제치고 전자산업에서 세계 1등이 되었듯이 이제 아시아 각 나라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제치고 제조업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제조 기업에서 지식 자본 투자기업으로 변신을 해야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금융회사가 되라는 게 아니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출하라는 뜻이다. 요즘 부상하는 베트남이나 인구 2억7000만 명의 인도네시아 등지에 적합한 기업을 찾아 그곳에 기술과 투자를 해 지분을 확보하고 그 회사가 잘되도록 도와 이익을 공유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100% 단독 투자를 해 처음부터 영업하고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적합한 현지 회사를 물색해 기술 이전과 투자를 하고, 그 업체가 지닌 영업망을 통해 곧바로 현지 시장에 안착하는 게 훨씬 실용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방웨어 분야 시장 점유율이 70%나 되는 B 회사를 방문했다. 그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과 거래해왔으나 이 역시 국내 시장이 축소되고 있으니 B 회사의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호텔 백화점 등 대형건물에 들어가는 주방웨어에서 업계 1위인데 매출 증대에 한계가 있고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고민이었다. 회사의 소유주와 대화했다. 어차피 여기에 있으면 회사의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이 격화되니 해외시장, 특히 어느 정도 성장하는 인도네시아로 가라고 했다. 그런 곳에서 같은 업종에 있는 회사 중 매출 1위에서 5위까지 선별하고, 이들 중 2·3위를 선택해 여기에 기술과 자본을 이전하고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한편 이 회사를 잘 키워 인도네시아 1등 회사로 만들고 그 결과를 나누는 전략으로 가자고 했다. 지분을 51% 이상 가질 필요도 없다. 사실 아시아 시장에서 지분을 51% 이상 가져도 법률적 분쟁이 생기면 어차피 소용없다. 차라리 그들에게 지분을 대부분 넘겨주고 20~30% 확보해 수익을 나누는 전략으로 가는 게 더 실용적인 선택이다.
그 대신 동반자가 될 기업을 잘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파트너를 선택하려면 좋은 채널을 통해 검증된 기업을 만나고, 또 현지를 서울 방문하듯 자주 가서 보고 확인해야 한다. 아침에 출발하면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미팅하고 저녁에 귀국하면 된다. 부산의 기업이 글로벌 역량을 키울 때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