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에서 국제물류론과 항만관리론을 맡고 있다. 강의나 외부 특강 때 몇몇 질문을 던지곤 한다. 먼저 “미국의 수도는 어디입니까?” 의외로 많은 분이 뉴욕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호주의 수도는 어디입니까?” 시드니를 택하는 분이 적지 않다. 또 “캐나다의 수도는 어디입니까?” 토론토나 밴쿠버를 언급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수도는 어디입니까?” 상하이나 홍콩이라고 답하는 분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 중국의 수도는 베이징이다. 앞서 언급된 뉴욕 시드니 밴쿠버 상하이 등은 세계적인 항만 도시이다. 부산 역시 항구도시이다. 부산은 왜 그 도시들과 달리 낮은 브랜드를 유지할까?
항만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때 해당 항만은 높은 브랜드를 지니게 된다. 첫째,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 등 다양한 화물을 처리할 터미널 기능을 갖추고 있다.
부산은 컨테이너 화물에 집중하여 우리나라 전체 화물의 약 74.7%를 처리하고 있다. 수출입보다는 환적화물을 다소 많이 처리하는 세계 2대 환적 거점항으로 부상하였다. 2018년 말 기준 부산항 전체 2166만 TEU 중 신항이 70% 이상을 처리하였다.
신항 주요 5개사의 2016년 말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제1부두(PNIT)의 경우 순이익 204억 원에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17.9%, 제2부두(PNC) 순이익 577억 원에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26.1%, 제3부두(HJNC) 순이익 25억 원에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2.12%, 제4부두(HPNT) 순이익 237억 원에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17.4%, 제5부두(BNCT) 순이익 -602억 원에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65.7%를 각각 기록하였다. 순이익률이 저조한 원인은 운영사들의 출혈 경쟁으로 TEU당 하역료가 5만원 안팎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항만은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만에서 터미널 기능이 활성화되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기업이 출현한다. 2018년 부산항 해운항만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부산항의 해운항만 사업체 수는 4511개, 종사자는 5만8277명, 매출액 20조 원, 부가가치 창출 6조 원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초라하다. 매출 규모 10억 원 미만의 영세기업이 59.3%이지만, 매출액 100억 원 이상 기업은 5.6%에 불과하다. 이는 항만 주변과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극히 미미한 데서 비롯되었다.
셋째, 항만은 해양관광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부산은 기장에서 가덕도까지 298㎞ 해안에 해양관광 명소가 될 48개 어항과 38개 무인도서가 있다. 특히 수산업 메카인 자갈치시장,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 7곳의 도심 속 해수욕장이 있다. 그럼에도 부산 주요 연안 해역은 항만과 수산업 공간으로 잠식되어 해양관광 활성화에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부산항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은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이를 헤쳐나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부산항 북항의 경우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의 운영사가 합쳐 출범한 부산항터미널(BPT)과 신감만부두 운영사인 동부부산터미널(DPCT)이 통합하기로 하고 지난 4월 19일 업무협약을 한 바 있다. 이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합 운영법인에는 그에 상응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또 경제적 기능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으로 부산항에서의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더욱 확고하게 갖추어 나가야 한다. 이미 부산항 선용품유통센터는 남항동에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벙커링터미널과 수리조선소를 건립하겠다는 구호는 오래전부터 요란했지만 실현되질 못하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항 남컨테이너부두 인근에 총사업비 1조5000억 원 규모로 오는 2025년까지 민자 사업으로 LNG벙커링터미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아를 통해 부산항의 항만 연관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부산에는 해양관광으로 한 해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해운대해수욕장 등 다양한 명소가 있다. 선진 해양도시처럼 부산의 10개 자치구·군의 해상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부산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해양관광 및 해양레저 공간으로 창출할 실천 전략이 요구된다. 결국 부산항에서도 주요 3대 기능이 제자리를 잡게 되면 부산도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수도로 연상되는 국제적 위상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신북방해양경제 포럼 대표